“北 푸에블로호 사건 때 소련 원조요청”

미국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 40주년(1월23일)을 앞두고 당시 북한이 미국의 공격에 대비해 소련의 원조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사실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정성윤(37) 연구교수는 러시아 외교정책문서보관소(AVPRF)에서 입수한 비밀문서를 통해 고(故) 김일성 북한 주석이 푸에블로호를 나포한 지 8일 뒤인 1968년 1월31일 알렉세이 코시긴 소련 총리에게 비밀 친서를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정 교수의 ‘북한의 푸에블로호 나포와 미국의 위기정책결정’ 논문에 따르면 김 주석은 비밀 친서에서 “존슨 도당은 한반도에서 호시탐탐 군사적 모험을 감행하려 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공격해온다면 평양은 1961년 체결된 조소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에 의거해 소련의 지원을 기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련은 북한의 희망과는 달리 미국과의 전쟁을 회피하는 데 중점을 두고 북한의 강경한 태도에 반대 입장을 표시했다고 정 교수는 전했다.

소련 공산당의 레오니드 브레즈네프 서기장은 당시 한 연설에서 “북한 군부는 극단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사태 해결을 위한 어떠한 의향도 내비치지 않고 있다”며 전쟁을 불사하는 북한의 태도에 우려를 나타냈다.

전쟁을 각오하고 동맹국의 지원을 요청했던 북한의 태도와는 달리 미국은 겉으로만 강경 입장을 보였을 뿐 실제로 전쟁을 계획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가 미국 정부의 비밀해제 문서 등을 검토한 결과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합동참모본부 등의 일부 강경파를 제외하면 린든 존슨 대통령,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장관, 딘 러스크 국무장관, 클라크 클리포드 차기 국방장관 내정자 등은 모두 실제 무력대결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정 교수는 “보통 국방부는 ‘매파’, 국무부와 외무부는 ‘비둘기파’로 분류되는데 푸에블로호 사건만큼은 양쪽이 승무원을 살리기 위해 한목소리를 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 주둔 유엔군 사령관이었던 본스틸 장군과 미 태평양함대사령부(CINCPAC)가 북한에 대한 ‘선택적인 핵 공격’도 불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고 정 교수는 전했다.

당시 푸에블로호의 북한 영해 침범 여부에 대해 미국은 공식적으로 침범하지 않았다고 분명히 주장해왔으나 미 행정부 내부 회의나 정보 당국의 보고에서는 침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던 사실도 함께 확인됐다.

또 푸에블로호의 임무는 청진, 성진, 마양도, 원산 등 북한 동해 지역 4개 항구의 정찰뿐 아니라 쓰시마 해협 인근에서 활동 중인 소련 해군의 동태를 파악하는 것이었다고 정 교수는 주장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