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폐연료봉 인출, 핵무기 양산 공세

▲ 1996년 진행된 북한 폐연료봉 밀봉작업 자료사진<사진:연합>

북한이 폐연료봉 인출을 발표하면서 2.10 성명에서 천명한 핵무기 양산 주장을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중국의 요구로 북-미 뉴욕 접촉을 통한 6자회담 전기 마련이 기대되는 시점에 이번 발표가 나오면서 양자 간 대화국면도 물 건너 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북한의 발표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이다. 지난달 초 영변 5MW 원자로 가동 중단이 확인되면서 폐연료봉 인출은 북한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위협 수단이 될 것으로 점쳐졌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번 발표에서 “우리는 핵동력 발전을 기본으로 하면서 조성된 정세에 대처한 방위적 목적에서 핵무기고를 늘이는 데 필요한 조치들을 취해나가고 있다”고 밝혀 이번 폐연료봉 인출이 재처리로 이어질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주변국은 일단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북한이 사용하는 상투적인 수단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발표와 관련 “살펴볼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면서 “그들(북한)은 과거에도 비슷한 발표를 한적이 있다”며 무시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폐연료봉 인출이 이미 예상된 수순이고 핵실험 징후까지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발표는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주변국이 겉으로 보인 반응은 의도적인 무시로 해석된다. 그러나 폐연료봉 인출은 북한이 핵무기를 양산하겠다는 직접적인 행동이라는 의미에서 보면 이번 발표의 의미는 적지 않다.

폐연료봉 인출, 핵 양산 체제 돌입 의지 천명한 것

북한의 폐연료봉 인출 발표는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압박,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음을 주지시키는 전형적인 ‘벼랑 끝’ 전술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북한은 주변국이 인정할 수 있는 충분한 억제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핵 양산 체제에 실제 돌입하겠다는 의지를 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국제사회에 핵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핵 보복을 호언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북한이 2.10 핵 보유 성명에서도 밝혔듯이 핵무기 보유고를 늘려가는 데 집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폐연료봉 인출은 북한이 보유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다량의 플루토늄을 재처리했을 가능성도 시사한 것이다.

이에 앞서 북한은 1994년 제네바 합의를 통해 보관하고 있던 8,000여 개의 폐연료봉에 대한 재처리를 2003년 6월 완료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주변국들은 이번 발표에 대해 겉으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번 조치가 북한 핵 능력 강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 북-미 양자접촉이 점쳐지기도 했지만 북한의 ‘벼랑 끝’ 압박은 미국에게는 오히려 제재시기만 앞당기는 역효과를 내올 수 있다.

북한이 2.10 성명을 발표하고 핵 실험 징후까지 보이고 있지만 미국은 오히려 안보리 회부 입장을 흘리면서 주변국과 조심스럽게 제재 발동을 준비하는 행보를 보였다. 중국의 반응은 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표로 북핵 문제는 핵 실험, 미사일 발사 우려에 이어 재처리라는 새로운 숙제를 떠 안게 됐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