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중남미 외교에 주력

북한이 최근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국가들에 잇따라 대사관을 설치하는 등 이 지역 국가와 협력에 힘을 쏟고 있어 눈길을 끈다.

베네수엘라를 방문 중인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28일 양국이 평양과 카라카스에 대사관을 설치해 양국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과 베네수엘라는 1974년 수교했지만 그동안 상대국에 상주 대사관을 두지 않았다.

양 부위원장은 또 윌리엄 이자라 외무부 부장관을 만나 에너지 협력방안 등도 논의했고 오는 11월에는 북한 무역상이 베네수엘라를 방문할 예정이다.

북한은 지난해 말 브라질에 대사관을 개설했고 브라질 최대상공업도시인 상파울루에 무역대표부를 설립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에는 최수헌 외무성 부상이 쿠바와 페루, 브라질 등 중남미를 순방하기도 했다.

북한이 최근 들어 이처럼 중남미 국가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는 것은 이 지역의 정치정세 변화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사실 북한은 그동안 중남미 국가들이 미국의 수중에 장악돼 있다는 인식 아래 같은 사회주의국가인 쿠바를 제외하고는 이 지역 국가와 외교에 소홀했다.

그러나 최근 중남미지역에서 좌파정당의 입지가 점차 강화되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비롯해 이 지역 일부 국가의 반미정책이 두드러짐에 따라 이 지역 국가들과 외교관계 수립에 적극 나서 국제무대에서 동조.지지 세력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의 아성이나 다름없던 중남미 지역에서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정부가 출범하고 반미목소리가 높아가는 것은 핵문제 등으로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방문에 앞서 쿠바에 들렀던 양형섭 부위원장이 차베스 대통령의 ’21세기형 사회주의’ 건설 주장에 대해 “21세기형 사회주의 건설 작업이 라틴아메리카의 경제.정치적 통합작업과 더불어 중요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높이 평가한 데서도 이같은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북한은 정치적 목적 외에도 농업과 자원이 풍부한 중남미 지역과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해외투자를 적극 끌어들이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7.1경제관리개선 조치에 따라 외국기업과 교류 확대에 나섰지만 미국의 경제제재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 지역 개발도상국가와 경제협력의 폭을 넓혀나가고 있는 것이다.

멕시코 주재 서재명 북한 대사가 이달 초 노무현 대통령의 멕시코 국빈방문 만찬장에 이례적으로 참석한 데 이어 동포경제인 모임에도 나와 “사상.이념.제도의 차이를 초월해 경제협력을 해나가야 한다”고 호소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