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전협정일에 미군유해 송환…비핵화 협상 정상궤도에?

미군 전사자 유해 55구 송환…"트럼프 체면 살려주고 협상장에 이끌려는 의도"

북한이 정전협정 체결 65년을 맞는 27일, 미군 유해 55구를 송환했다.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시험장 해체 움직임에 이어 유해 송환이라는 카드를 제시함에 따라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다시 궤도에 오를지 주목된다.

이날 오전 5시 55분께 오산 공군기지에서 이륙해 북한 원산으로 향했던 미 공군 소속 C-17 글로브마스터 수송기가 미군 전사자 유해 55구를 싣고 오전 11시께 오산으로 돌아왔다.

북한의 미군 유해 송환은 지난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당시 발표된 공동성명에도 담긴 북미 간 합의 사안이다. 실제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 제4항에는 ‘북미는 신원이 이미 확인된 전쟁포로, 전쟁실종자들의 유해를 즉각 송환하는 것을 포함해 전쟁포로, 전쟁실종자들의 유해 수습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번 유해 송환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국 내 비판 여론에 직면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는 일종의 선심성 선물이자, 지지부진했던 북미 간의 대화를 이어가고 대미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한 유의미한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는 비판론이 미국 주류 언론을 중심으로 점차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을 살려주는 동시에 미국을 다시금 협상장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유해송환은 비핵화와 직접적인 관계에 있는 사안도 아니고 북한의 이익에 크게 저해되는 부분도 아닌데다 선심까지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북미관계의 좋은 거래 수단”이라며 “지금 상태로 가다가는 협상의 동력이 완전히 상실될 수도 있으니 북한으로서도 필요성을 인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 미군 수송기 C-17 글로브마스터가 대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

무엇보다 북한이 정전협정 체결일에 맞춰 유해를 송환한 것은 종전선언 조기 채택을 위한 대미 압박용 카드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싱가포르 회담에서 약속했던 것들을 이행하고 있으니, 이제는 미국이 성의를 보일 차례’라고 주장할 명분 혹은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북한이 앞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는 움직임을 보인 것도 북미 간의 합의 사안을 이행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함으로써 종전선언의 조속한 채택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됐다. 서해위성발사장 해체는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 내용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사일 엔진시험장 파괴를 약속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지속적으로 미국에 체제보장과 관련한 가시적인 것을 보여달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북한에 있어 미국이 참여하는 종전선언은 체제를 보장하는 의미도 있지만, 비핵화의 핵심적인 사항들을 이행하지 않고도 평화체제 구축을 논의하고 북미관계 정상화로 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향후 종전선언 채택을 더욱 강도 높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내에서는 여전히 대북 신중론이 우세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후속조치 없이 종전선언을 채택하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시험장 해체 움직임을 보인 데 이어 유해송환이라는 북미정상회담 합의 사안을 이행함에 따라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던 북미 비핵화 협상의 진척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이 수석연구위원은 “북미 양쪽 모두 협상의 모멘텀을 계속 유지하는 게 유리한 상황”이라며 “사실상 교착 상태에 있었던 비핵화 협상이 정상 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