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권결의 반발..예년보다 수위 낮아

유엔 총회의 대북인권결의 채택에 대한 북한 외무성의 반응은 예년에 비해 수위가 낮고 비교적 담담했다.

북한 외무성은 유엔총회에서 대북 인권결의가 채택된 지 사흘만인 20일 오전 “미국과 EU 등 적대세력들이 조작해낸 인권결의를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정치적 모략의 산물로 단호히 전면 배격한다”고 짤막하게 비난 논평을 내는데 그쳤다.

평소의 ‘자위적 억제력’ 운운도 없었고 입장 표명의 격도 대변인의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이라는 가장 낮은 형식을 취했다.

작년 11월 유엔총회 대북인권결의안 채택시에는 사흘만에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인권을 지키려면 국권이 있어야 하고 국권을 지키려면 강력한 억제력이 있어야 한다”며 자위적 억제력을 주장했던 것과는 사뭇 비교된다.

북한 입장에서는 유엔의 대북인권결의안 채택이 거의 연례행사가 되다시피한 만큼 사실상 ‘면역’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채택된 대북 인권결의가 강제력을 갖지 못하고 정치적 선언에 그치고 있는데다 핵실험으로 인해 유엔 안보리의 제재결의안까지 맛본 북한 입장에서는 ‘인권결의가 별 것 아니다’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이미 핵실험이라는 ‘자위적 억제력’의 빅카드를 사용한데다 6자회담도 앞두고 있는 마당에 대북 인권결의안 채택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분위기를 험악하게 가져갈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오히려 북한 외무성은 이번 결의안 채택에서 비동맹 국가 과반수가 반대.기권.불참한 사실을 언급, “이번 결의가 합법성을 상실했다”고 결의안을 폄하하면서 비동맹 국가의 표에 위안을 삼는 모습이다.

이것은 아울러 향후 북한이 미국과 EU 등의 대북 인권공세에 대응해 비동맹국가와의 외교에 더욱 주력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북한에게는 유엔의 대북인권결의 채택 보다는 남한이 찬성표를 던진 사실이 더욱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인권결의 채택과 관련한 입장을 사흘만에 표명하면서도 남측의 찬성 표결에 대해서는 당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외세의 눈치를 보면서 권력을 지탱해 나가는 자들은 우리와 상종할 체면도 없을 것”이라며 즉각적인 반발을 보인데서도 잘 드러난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올해 대북인권결의의 핵심은 남한의 찬성표”이라며 “북한 입장에서는 대북인권결의안 채택에 어느 정도 내공이 생겨 기본적인 입장 표명에 그쳤지만 남측의 찬성표결에는 큰 배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