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명박 당선자 일단 ‘탐색’

북한은 일단 이명박 당선자의 입을 예의주시하면서 이 당선자와 주변에서 나오는 대북정책관련 한마디 한마디를 분석.탐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예를 보면, 북한은 남한 대선 결과 자체를 전하는 것도 대선 2-3일 후에야 했다.

특히 이번에는 10년만에 전임 정권과 다른 대북정책을 주장해온 새 정권이 들어서기때문에, 북한의 탐색기가 길어질 수도 있어 보인다.

대선 기간 이명박 당선자 주변은 물론 이 당선자 본인이 남북정상회담 합의 사항들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북한은 ‘재검토’의 방향과 강도에 촉각을 세울 것이다.

이명박 후보의 당선 자체에 대해서는 북한도 자신들의 희망과 달리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게 정부와 민간의 대북창구 관계자들의 일치된 후문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은 남북정상회담과 총리회담을 통해 합의한 다양한 사안들을 이행해가면서 상황을 지켜보려고 할 것”이라며 “새로운 대통령의 입장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선자의 대북정책 참모인 고려대 남성욱 교수도 “당분간 남북 양측은 서로의 입장에 대해 탐색하는 과정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우리도 그동안 이뤄진 다양한 남북간 합의에 대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우선 그동안 남북간 합의된 사안들이 정권 인수인계 기간에 어떻게 이행되고 안되느냐를 갖고 남한의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하는 잣대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정부의 각종 정책 추진은 현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당선자의 인수위원회가 조율하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합의사항의 이행에 대해 당선자와 인수위측에서 제동을 걸고 나선다면 북측의 반발로 이어져 새 정부 공식 출범 때부터 남북관계가 꼬일 수도 있다.

한 민간 대북 경협 관계자는 “북측 관계자들은 ‘6.15정신’과 ‘10.4합의 정신’만 존중하고 이행하면 되지, 누가 당선되든 상관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이는 역으로 그동안의 남북간 합의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남북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남한의 새 정부가 들어서 남북간 관망과 탐색, 또는 갈등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북한은 대남관계를 일단 제쳐둔 채 핵문제를 비롯해 북미관계 진전에 전념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남북관계가 본격 굴러가는데 수개월의 시간이 걸리게되면, 그동안 북한은 북미관계 진전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안보연구원 전봉근 교수는 “부시 미 행정부가 임기내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고 북한도 북미관계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남북관계와는 무관하게 북미간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며 “특히 부시 행정부 임기말인 2008년은 시간적으로 북미 양쪽 모두에 더욱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의 의지를 간파한 북한으로선 북미관계를 통해 남한 새정부의 대북정책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견인하려 할 수도 있다.

전봉근 교수는 “이명박 당선자측도 남북관계를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북핵 6자회담과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은 올해 초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남조선의 각계각층 인민들은 반보수대연합을 실현해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친미보수세력을 매장해 버리기 위한 투쟁을 더욱 힘차게 벌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한 뒤 한나라당 경선 과정과 그 후에도 한동안 이명박 당선자를 비난했었다.

특히 지난 8월30일 이 당선자가 남북정상회담에 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한 데 대해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이명박은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다음 날부터 연이어 ‘핵이 있는 상태에서 회담을 하면 북의 핵을 인정하는 것으로 된다’, ‘북이 먼저 핵을 포기해야만 개혁.개방으로 나갈 수 있다’고 하면서 ‘정상회담이 대선에 이용되어서는 안된다’고 떠들고 있다”며 “용납못할 반통일, 반민족적 범죄행위”라고 강력 비난했었다.

그러나 이회창 후보의 출마선언을 계기로, 이명박 당선자는 제쳐놓은 채 이회창 후보의 보수적인 대북정책에만 초점을 맞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북한의 대남 관계자들은 다양한 남북간 접촉에서 만찬 등 비공식 석상의 사적인 대화를 통해 “이회창 후보만큼은 안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유환 교수는 “이회창 후보가 출마하면서 북한은 대선 기간 이미 이명박 당선자에 대해서는 ‘관망’, 이회창 후보에 대해서는 ‘공세’라는 입장을 정리한 것 같다”며 “새 정부와 새로운 관계 설정이 필요한 만큼 (당선 가능성이 유력한 이 당선자에 대한) 불필요한 비난을 삼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