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월북어선 송환, 왜 보도 안할까?

▲ 18일 속초항으로 귀환한 황만호 <사진:연합>

북한 언론은 지난 13일 동해상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한 남한 어민 황홍련(57) 씨와 어선 황만호를 남한으로 돌려보낸 사실을 일체 보도하지 않고 있다.

북한 당국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황씨를 돌려보낸데다 북한 당국에 불리한 사안도 아닌데 왜 굳이 침묵을 지키고 있을까. 14일 낮 “남조선 군의 총포탄 사격을 받으면서 동해 군사분계선을 넘어 공화국 북반부로 왔다”고 월북 사실을 신속히 보도했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왜 그럴까. 북한은 북한에 남는 월북자에 대해서는 언론을 통해 공개하지만 남한에 송환한 월북자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작년 12월 월북, 북한에 남은 미 8군사령부 6병기대대 소속 검사과장 출신 김기호 씨에 대해서는 언론을 통해 크게 소개한 반면, 올해 2월 중국 지린(吉林)성 인근의 두만강을 건너 함경북도 온성군으로 밀입북 했다가 추방한 박모씨 등 월북자 송환 사실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은 데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인도주의’란 말 자체를 금기시

북한 당국은 주민들이 인도주의나 인권사상에 눈 뜨는 것을 두려워 한다. 원래 북한 주민들은 인도주의 사상이나 인권 사상에 대한 인식이 희박하다. ‘인권’이라는 말을 오히려 나쁘게 보는 경향까지 있다. 북한 당국이 오랜 기간 미 제국주의자들이 인도주의와 인권이라는 간판을 들고 북한 정권을 고립 압살시키려 한다고 꾸준히 선전해 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북한 주민들에게는 ‘인도주의’나 ‘인권’은 미 제국주의자들이 다른 나라를 침략하기 위한 선전 도구인 양 마음속에 비쳐진다. 또 일부 북한 주민들은 인도주의나 인권은 자본주의 나라들에서나 사용하는 용어처럼 간주하며 그 본질을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송환 보도하면 주민에 ‘인도주의’ 각성 역효과

물론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인도주의나 인권 사상에 대한 사상교육을 전혀 시키지 않는다. 북한 주민들이 인도주의나 인권사상의 본질을 알면 북한 당국의 반인권적 정책이 폭로되고 그만큼 반항심도 높아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월북어선이나 주민을 송환하면서도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남한으로 돌려보낸다’는 이야기를 북한 주민들에게 하지 못하는 것이다. 당국이 그런 발표를 하면 오히려 북한 주민들에게 ‘인도주의’를 각성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지금은 중국에서 생활하다 북으로 돌아간 탈북자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외부의 정보 유입으로 인권의 본질을 알아가고 있고, 북한의 인도주의적 관점과 인권개선을 촉구하는 국제 여론이 형성됨에 따라 언론에 ‘인도주의’, ‘인권’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여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만 아직도 그 본질을 아는 주민들보다 모르는 주민들이 훨씬 더 많다.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은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월북한 남한 주민들을 돌려보낸 데 대하여 일체 보도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주일 논설위원(평남출신, 2000년 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