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어떤 선택하나..관심 집중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가 열리는 23일 태국 푸껫 현지 외교가의 시선은 온통 북한에 쏠리고 있다.

전날 힐러리 클린턴 장관이 기자회견을 요청해 북한에 대해 ‘비핵화의 길로 갈 것이냐, 말 것이냐’의 선택을 요구한 데 대해 북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일단 북한의 반응은 즉각 나오지 않고 있다.

박근광 전 나미비아 대사를 비롯한 북한의 대표단은 회의가 열리는 태국 푸껫에 도착한 이후 죽 잠행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1일 오후 방콕발 타이항공을 타고 북한에 도착한 북한 대표단은 이날 오전까지 취재진에게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된 데 대한 아무런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다.

특히 박 대사는 푸껫 도착 직후 이번 ARF의 의장국인 태국의 카싯 피롬야 외무장관과 만나기 위해 회의장인 쉐라톤 호텔에서 잠깐 들른 것이 목격된 이후 숙소인 라구나 홀리데이 리조트는 물론 어느 곳에서도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곧 입장을 표명하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2000년부터 ARF에 참석해 온 북한은 국제 현안 및 동북아 정세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자리로 ARF를 활용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 북한이 이날 ARF 오전 회의 직후 정오께 클린턴 장관의 전날 발언이나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에 대한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크다는 게 현지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북한은 이를 통해 핵실험을 비롯한 잇따른 도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부당함과 장거리 로켓 발사나 2차 핵실험의 명분을 강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 대표단은 앞서 지난 21일 카싯 태국 외교장관과 박 대사의 회동에 이어 22일 오전에도 파니크 위키셋 태국 외무 부장관을 만나 거듭 자신들의 입장과 논리를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측은 태국을 상대로 이번 ARF에서 북한에 대한 압박이 주요 의제가 돼선 곤란하다는 뜻을 정중하게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특히 미국의 압살 정책의 부당함을 강조하면서 장거리 로켓과 핵실험을 한 북한의 명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예상되는 북한 대표단의 입장 표명에서 북한이 클린턴 장관의 공개 요구를 분명하게 거부할지, 아니면 일말의 여지를 남길지 주목되고 있다.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이번 ARF의 외교적 성과뿐만 아니라 현재의 북.미 간 대결구도, 나아가 향후 6자회담의 향방까지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