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악역 탤런트 방석운씨…유행어도 남겨

“조맹원이와 같은 사람.” 북한에서 누군가에게 핀잔을 줄 때 하는 말이다.

이 말은 10여 년 전에 폭발적인 인기를 끈 TV 연속극 ‘석개울의 새봄’에서 협동농장에 잠입한 간첩 조맹원에서 비롯됐다. 1950년대 후반에 나온 천세봉의 소설 ‘석개울의 새봄’을 각색한 이 드라마는 ‘조맹원’ 역을 맡은 탤런트 방석운(61)씨를 일약 인기 배우로 띄워 놓았다.

북한의 대외홍보지 ‘금수강산’ 5월호에 따르면 방씨는 당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 거리를 걷거나 버스를 탈 때면 ‘조맹원이다’며 웅성거리는 것은 보통이었고 심하게는 손가락질까지 받았다.

교활하고 간교한 성격 연기를 잘 소화해 낸 그에 대한 시청자들의 깊은 인상이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상대화에서 이런 소리가 툭툭 튀어 나오게 만들고 있 는 것이다.

잡지 ‘금수강산’은 “지금까지도 그가 방석운이라는 본명으로가 아니라 많은 경우 ‘조맹원’이라는 역(役)명으로 불리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방송위원회 텔레비죤극창작단 전속인 그는 북한 연예계에서 악역 전문 성격파 배우로 통한다.

그는 영화 ‘밀림이 설레인다’의 변절자 엄광호 역을 맡은 것을 비롯해 ‘민족과 운명’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편과 ‘노동계급’ 편 등 대작에서 악역을 맡아 개성있는 연기를 펼쳐 보였다.

그 자신도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들에서 부정 역을 거의 다 맡아 수행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다.

그는 2001년 7월 중앙TV에서 방영한 인기 드라마 ‘갈매기’에도 출연, 코믹 연기를 선보였으나 굳어진 악역 이미지를 바꾸지는 못했다. 수중발레를 소재로 한 이 드라마는 북한 대표선수들이 찬조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잡지는 “(드라마 ‘갈매기’에서) 부서 책임자가 의자 위에서 헤엄치는 연습을 하는 그의 연기는 웃음없이는 볼 수 없는 기름진 장면”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방영하게 될 드라마 ‘네 번째 사람’에서 리기춘 국장 역을 맡았다. 잡지는 “이번에는 그가 어떤 재치있는 형상(연기)으로 시청자들 앞에 나서겠는지…”라며 농익은 그의 연기에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1974년 평양연극영화대학을 졸업한 후 30여 년 간 배우로 활동하며 4편의 영화와 30여 편의 TV 드라마에 출연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