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시료채취 거부는 오바마와 직접대화 위한 미끼”

12일 북한 외무성이 밝힌 핵물질 시료채취 거부 입장은 오바마 신(新) 행정부를 미-북 직접대화 장(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하기 위한 미끼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통일연구원 전성훈 통일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13일 연구원홈페이지에 게재한 ‘북한 외무성 시료채취 거부 담화 의미와 파장’ 제목의 분석글에서 “의도적으로 상황을 악화시켜서 상대방의 이목을 끌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협상 판을 벌이는 전형적인 북한식 협상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전 선임연구위원은 “먹을거리를 크게 보이게 해서 상대로 하여금 덥석 물게 하는 유인효과를 노린 것”이라며 “애초에 6자회담보다 북미 대화를 선호했던 북한인만큼, 이번 담화는 북핵협상 구도를 6자회담에서 북미 회담으로 전환하려는 (북한의) 계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협상으로 안 되면 무력이라도 쓰겠다는 민주당이지만 이라크에 발목이 잡혀있고, 금융위기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무력사용은 현실적인 대안이 아닌 상태”라며 “이런 사정을 잘 아는 북한 정권과 군부가 사실상 오바마 정부를 상대로 ‘핵보유국으로서의 위상 굳히기’에 들어갔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북한의 시료채취 거부 행위는 “모든 합의에서 ‘검증 가능성’을 중시하고 북한에게 두 번 다시 속지 않겠다는 오바마 진영에 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북한은 “6자회담을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북미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6자회담 합의사항 가운데 유리한 부분은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이번 조치를 ‘부시 행정부에 대한 앙갚음’의 의미로도 해석했다.

그는 “초기 대북협상 원칙을 저버리면서까지 임기 말에 몰두했던 부시 대통령의 ‘정치적 업적 만들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고 “‘테러지원국 해제’라는 단물을 빨아먹은 북한이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는 부시 행정부를 저버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결국 부시 행정부도 북한과 협력하면 끝이 좋지 않다는 징크스를 피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료채취 거부는 우리 정부에게도 중요한 과제를 안겨 줬다. 이제 우리도 6자회담에 대한 중간평가를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됐다”며 “떠나간 노무현, 부시정부의 산물인 6자회담을 아무런 비판이나 평가도 없이 새 정부 대북정책의 토대로 삼은 것 자체가 정책적 오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로 출범할 오바마 정부도 마찬가지겠지만, 6자회담의 전 과정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문제점을 파악해서 새로운 북핵정책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