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선물 풍속도…90년대 ‘쌀·고기’→2000년대?

발렌타인데이를 하루 앞둔 13일, 막바지 한파에도 아랑곳없이 연인에게 줄 선물을 고르는 이들도 거리는 북적이고 있다. 마음을 전달하는 최소한의 매개체인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세계 공통의 사랑방식이다.


이는 북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굶주림과 각종 사회적 통제도 남녀 간의 애틋한 사랑표현은 막을 수 없다. 젊은 남녀들은 학교나 직장 등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정성스레 준비한 선물로 구애한다.


북한의 남성들은 보통 좋아하는 여성에게 화장품, 옷, 내의, 스카프, 신발, 머리핀 등을 일반적으로 선물한다. 연인 사이에 의례히 주고받는 반지나 목걸이 등은 선물하지 않는다.


다만 1990년대 이후 식량난 등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쌀, 돼지고기 등 이른 바 ‘먹을거리’와 현금을 직접 선물하는 경향이 새롭게 생겨났다. 사회·경제적으로 처한 현실이 남녀 간의 사랑표현에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


탈북자와 북한 내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80년대에는 주로 옷이나 스카프, 내의, 머리핀 등을 많이 선물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것들이 선물로 각광받은 것이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서는 고난의 행군과 계속되는 식량난으로 먹을 것을 선물하거나 현금을 주기도 했다.


평양 출신 탈북자는 “남자들은 지방에 출장을 갔을 경우 그 지역의 유명한 특산물을 사서 선물로 주기도 하고, 평소에는 고기나 쌀 등을 여성에게 주면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와서는 화장품이 선호되고 있다. 주로 중국산을 많이 선물한 것으로 전해졌다. 간혹 한국산 화장품의 경우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최고의 인기 선물 중 하나였다는 전언이다.


이와 달리 여성들은 주로 직접 만들어 선물한다. 다만 계층별 차이는 극명하다.
    
80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는 북한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배우자는 군복무를 마친 대학 졸업생들이었다. 때문에 이들이 가지고 있는 당원증이나 졸업장 등을 넣을 수 있는 ‘노동당원증 케이스’가 최고로 유행했었다.


이 케이스는 당원증을 넣을 수 있도록 나일론 실로 직접 뜨며 붉은색 실로 ‘당(黨)기’나 ‘노동당’이라는 글자를 수놓기도 한다. 대략 가로 6㎝, 세로 10㎝ 크기의 케이스에는 길이 150cm 정도의 끈을 매달아 몸에 가로질러 멜 수 있도록 만든다.


또한 여성들은 뜨개질을 통해 목도리나 장갑을 만들어 선물하기도 하고 손수건에 십자수 등으로 이름을 새겨 선물하기도 한다. 시간과 정성이 들인 선물로 사랑을 전달하는 것은 한국과 별반 차이가 없다.


권력층 여성들은 일반 주민과 차원이 다르다. 이들은 외화상점에서 고급시계나 가방, 양복 등을 선물하기도 한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잘 사는 집의 경우, 가전제품(오디오, 텔레비전 등)을 선물하기도 한다. 최근엔 오토바이(중국산 50cc)를 선물하는 것이 많이 유행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