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단섬 특구설’에 中 단둥은 ‘반신반의’

북한이 압록강 하구에 위치한 비단섬에 금융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특구 건설을 본격화할 계획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신의주 건너편에 자리잡은 중국 단둥(丹東)이 또 한번 술렁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02년 남(南)신의주 일대를 특별행정구역으로 지정하고 네덜란드 국적의 화교 양빈(楊斌) 어우야(歐亞)그룹 회장을 초대 행정장관으로 임명, 개발을 추진했지만 중국 사법당국이 그를 탈세혐의로 전격 구속하면서 계획이 좌초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의 특구 재추진설은 작년 1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전격 방문해 남방지역의 특구를 시찰하고 귀국한 직후부터 단둥을 중심으로 스멀스멀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북한이 남신의주가 아니라 압록강 하구에 위치한 비단섬을 금융중심의 경제특구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조만간 외국인 투자자에게 신의주 방문을 자유화한다 등의 내용이었다.

그렇지만 북한의 일부 외화벌이 일꾼들이 중국 자본을 끌어 들이려는 목적에서 제안서 수준에 불과한 각종 장밋빛 청사진을 선전하고 다니고, 여기에 단둥에 땅을 매입해둔 부동산 업자들이 땅값을 올리려고 특구설을 부추기고 있다는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급속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특히 북한이 작년 7월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데 이어 10월 핵실험을 감행함으로써 북중 양국 관계가 얼어붙자 이런 얘기는 아예 수면 밑으로 깊숙이 가라 앉고 말았다.

이런 학습효과가 있었던 탓인지 단둥지역은 이번 특구 재추진설에 대한 언론 보도에 대체로 회의적인 분위기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그래도 혹시 사실일 수도 있지 않느냐”는 반응도 조심스럽게 흘러 나왔다.

단둥의 대북 소식통 K씨는 “지난 2월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6자회담이 타결되면서 북중 양국 관계가 좋아지고 미국의 금융제재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이런 소문이 다시 흘러 나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특구 개발을 위해 비단섬과 건너편 중국측의 둥항(東港) 사이에 교량을 건설 중이라는 보도 내용과 관련, 현지를 다녀온 한 소식통은 “교량이 건설되고 있다는 흔적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북중 양국이 2008년까지 오랜 퇴적으로 항로로서 이미 기능을 상실한 비단섬과 둥항 사이의 노서항도(老西航道)를 준설해 재개통키로 합의한 적이 있는 데 그게 와전된 게 아니냐”고 추측했다.

한 조선족 인사는 “중국측이 교량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지점은 언론에 보도된 둥항과 비단섬 사이가 아니라 둥항과 압록강철교의 중간쯤에 위치한 랑터우(浪頭)항 부근과 그 건너편”이라고 귀띔했다.

단둥시는 이 교량을 잠정적으로 신(新)압록강대교로 명명하고 대교 북단에 위치한 광활한 부지에 오는 2010년까지 대북(對北) 물류단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북한과 무역을 하고 있는 조선족 인사 H씨는 “조선(朝鮮)이 진짜 특구를 세우려고 한다면 특구를 운영할 행정장관 등 참여 인사들에 대한 인선 작업이 이미 시작됐어야 하는 데 아직까지 아무런 움직임도 느끼지 못했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단둥시에서 북한과 섭외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이 관계자는 “나도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인터넷을 통해 봤다”며 “한마디로 말하자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보면 된다”고 못을 박았다.

그럼에도 비단섬 특구설은 단둥지역 현지언론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비중있게 보도되면서 앞으로 현실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는 조심스런 관측도 낳고 있다.

또 압록강변을 따라 형성된 개발구를 관할하고 있는 단둥시임항경제구관리위원회가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비단섬 특구설에 대한 언론 보도를 소개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단둥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한국 투자기업 관계자는 “북한이 특구를 설치하는 문제는 지방 차원이 아니라 양국 중앙정부가 협의해서 결정될 성질의 문제”라면서 “중국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인 경제개발 과제로 북한의 특구 건설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