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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북한 당국이 ‘전력 포고문’을 발표한 데 이어 보안원까지 나서 ‘도둑전기’ 단속에 나섰다고 북한 내부 소식통이 알려왔다.
함경북도 회령에 거주하는 고영환(가명) 씨는 8일 “요즘 전기를 제한해 몰래 돈을 주고 전기를 쓰던 사람들도 다 단속 대상이 됐다”며 “핸드폰 충전시키기도 어려워 화교집에 가서 겨우 두 시간 충전시켰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말부터 전력사정이 더욱 악화돼 가용전력을 정권기관, 군부대, 상시기업소, 농장 탈곡장에 집중 배치하는 대신 중소 도시의 일반가정에는 하루 1~2시간, 어떤 날은 거의 공급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11월에는 ‘도둑전기’ 사용자를 엄벌하겠다는 내용의 포고문까지 발표하고 보안서와 배전부 전기감독대가 합동으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것으로 밝혀졌다.
고 씨는 “배전부 전력감독원들과 보안원들이 도둑전기 쓰던 사람들을 단속하고 있다. 단속된 집안은 전기선을 잘라 버리고 벌금을 물려 가전집기들을 회수해가고 있다” 고 전했다.
그는 “밥 먹을 때만 등잔불을 켠다. 등잔기름(디젤유) 한 병에 800원이다. 석유등잔을 켜는 집은 그래도 형편이 괜찮다”고 했다.
이어 “대부분 기름 살 돈이 없어 밥 먹을 때만 밝힌다”면서 “집에서 옷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도 전기가 없어 옷을 다리지 못하고 석탄불에 다리미를 달구어 옷을 다린다”고 말했다.
북한은 수력발전이 대부분인데 동절기에는 저수량이 부족해 발전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여기에 최근 석탄 생산량이 저하돼 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이 떨어지는 것도 전력 부족을 심화시키고 있다. 북한은 예전부터 동절기 전력단속을 강화해왔지만, 올해는 특별히 포고령을 내릴 만큼 전력사정이 아주 심각한 상태다.
[다음은 K씨와의 일문일답]
– 새해 들어 전기를 좀 주는가?
말도 말라. 새해 날 몇 시간 주고 가정용 전기를 일체 차단시켰다. 그래서 핸드폰 충전시키기도 어렵다. 보안원들과 배전부 감독원들이 도둑전기 쓰는 사람들을 색출해 변압기, 전열기 등을 회수하고 똥칸(구류장)에 끌어갔다.
– 요새는 도둑 전기를 어떻게 쓰고 있는가?
전기가 아주 없는 게 아니다. 군수공장과 특수기관에 쓸 전기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전력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 주민들은 쓰지 못하게 단속하고, 시당이나 시보위부, 시 보안서, 체신소, 병원 같은 데는 전기를 준다. 일부 주민들이 여기에 몰래 전기선을 이어서 쓰면 전기 도둑이 되는 것이다.
– 간부들은 전기불을 보는가?
시당책임비서와 조직비서, 보위부장, 보안서장 같은 간부들은 특수기관에 연결된 전기선에서 독선을 따서 쓴다. 특수기관에서는 상부의 지령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전기를 공급받는다. 체신소는 아무래도 나라의 신경이니 전기를 안줄 수가 없고, 병원은 수술장에만 전기를 주는 것 같다.
– 어떻게 단속하나?
보안원들과 감독대들이 밤마다 다니면서 어느 집에 불이 환한가를 살핀다. 그리고 불의에 급습한다. 전깃불에 그치지 않고 전열기까지 쓰면 세대주가 감방에 들어간다. 전등 같은 경우 회수하고 전기 인입선을 절단해 버린다.
– 그럼 공장들은 생산을 못하나?
공장들은 문을 닫고, 노동자들에게 퇴비 수집을 시키고 있다. 포고문이 나온 다음 배전부와 사업(로비)해서 전기를 쓰던 공장간부들이 문책을 당했다. 워낙 위에서 지시가 강하게 내려오니까 전기를 도용하다가 적발되면 용서가 없다.
– 주민들은 어떻게 불을 밝히나?
다른 지역은 하루에 한 시간씩 준다는 말도 있다. 그런데 여기는 밥 먹을 때만 등잔불을 켠다. 등잔기름(디젤유) 한 병에 800원이다. 석유등잔을 켜는 집은 그래도 형편이 괜찮다.
대부분 기름 살 돈이 없어 밥 먹을 때만 밝히고, 일찍 잠을 잔다. 해만 지면 온 도시가 캄캄하다. 집에서 옷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도 전기가 없어 옷을 다리지 못하고 석탄불에 다리미를 달구어 옷을 다린다.
– 화교집에서 배터리를 충전했다는데, 화교들은 어떻게 전기를 쓰나?
화교들은 중국에서 디젤 발전기를 가져다 쓴다. 창고에서 발전기를 돌려 그 전기로 TV와 조명을 넉넉하게 쓴다. 나도 핸드폰을 특수기관에 가서 충전시키면 신고가 들어가기 때문에 화교에게 사정해 충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