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말미잘’처럼 오그라들며 제재 피해…김정은에겐 수모”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가 계속적으로 강화되는 추세임에도 불과하고 지난해 북한의 무역 규모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가장 큰 무역 상대인 중국의 협조 없이는 대북제재는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는 게 분명히 드러난 상황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영수 서강대학교 교수(사진)은 최근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원래 제재란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에는 효과가 있으나 지도자에 대한 충성이 높은 나라에는 오히려 그 체제를 결속시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같은 나라는 제재를 가할 때 마치 ‘말미잘’처럼 오그라들기 때문에, 역대 제재들도 100개 정도 하면 4개 정도만 효과가 있었다”며 “개인을 제재하면 이름을 바꾸고, 회사를 제재하면 사명(社名)을 바꾸며, 큰 회사를 제재하면 회사를 쪼개는 게 북한”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제재는 제재효과를 떠나서 제재대상이 되는 자체가 수모다. 김정은에게 수모를 안겼다는 자체가 가장 큰 효과”라며, 다만 “제재를 통해 북한이 아프다는 소리를 들으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북한한테는 그런 소리 안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 세컨더리 보이콧을 제시하고 단둥은행을 제재하니까 효과가 나오기는 했다. (앞으로) 김정은이나 김정은 측근을 적시하면 더 아플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대북 압박, 대화를 병행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투 트랙 기조에 대해 “트랙이 하나일 필요는 없다. 상황에 따라 선택할 문제”라면서 “북한은 여러 트랙일 때 불리하다. 폐쇄성이 높고, 대외의존도가 낮기 때문에 외부와의 접촉통로가 많아지면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북한은 대북 강경정부가 들어서면 속으로 좋아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접촉을 통한 변화’, ‘작은 걸음의 변화’ 이런 것들은 의미가 있다고 보고, 또 해야 한다고 본다. 비난이 있더라도 외교적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교수는 “남북관계 물꼬를 트는 데에 있어서 방식이 아직 비민주적”이라 말하며, “정부는 바뀌었으나 대북접촉이나 대화의 경우 중앙정부나 관이 중심이 되어서 창구를 일원화하는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얼굴에 화색이 돌게 하려면 정맥과 동맥도 중요하지만 실핏줄을 이어줘야 한다”며, 지자체나 시민단체 차원의 대북 접촉이나 활동을 자유롭게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래는 김영수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

– 문재인 정부의 향후 5년 간의 국정운영 방향이 100대 과제로 정리돼 발표됐다.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은 대선 공약이나 베를린 구상 등을 통해 이미 몇 차례 언급된 내용이기도 한데,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

문재인 정부의 지도, 내비게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어떻게 운영할 것이며 예산을 어떻게 조달할 지의 문제인데, 외교안보 분야의 예산이 경제 분야보다는 적지만 어쨌든 예산이 들어간다. 문제는 계획한대로 진행이 되는가 하는 점이다. 시행착오를 줄이며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제시한 것을 비판하고 깎아내리기보다는 어떻게 진행할 지를 지켜봐야 한다. 우리가 여러 정부를 경험했기 때문에 아주 뜬금없는 방향으로 가진 않을 것이다. 지금은 시행착오 끝에 수렴하는 모습이다. 100대 과제의 내용은 했으면 하는 내용이 많이 담겨있지만 안 되는 것들도 많기 때문에 결국 리더십을 얼마나 발휘하는가, 국민들이 얼마나 지지해주는가, 주변국가가 얼마나 이해해주는가가 관건이다. 일단 그림은 꼼꼼하게 그린 것 같다.

– 2020년까지 완전한 북핵폐기 합의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비핵화협상을 재개하고 추진한다는 구상도 밝혔는데, 실현가능성을 얼마나 볼 수 있을까.

DJ때 부터 (우리 정부는) ‘북핵불용’이라 말해 왔지만 북한은 늘 거부해왔다. 가장 먼저 북핵문제가 협상의 대상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협상이란 상대가 대화에 호응해줘야 하고, 상대의 의도를 알아야 하며, 기브 앤 테이크가 통해야 한다. 이 세 가지가 전부 일치하지 않으니까 북핵은 협상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 북한인권재단의 조기 출범도 과제로 제시됐는데, 지난 진보 정권들과 차별된 모습을 보이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나.

그게 얼마나 어려우면 조기 출범을 목표로 내세웠겠나 싶다. 인권재단의 운영원리나 조직을 보면 여야가 반반씩 추천한다. 동수로 하려하니 뭐가 되겠나. 지금 대북 대화로 가는데, 인권이랑은 병행하기가 어려운 문제다. 병행하겠다고 하는데 말이야 멋있지, 물과 불을 함께 쓴다는 꼴이다. 상대가 싫어하는 걸 하면서 대화한다는 게 가능성이 얼마나 있겠나. 인권이 이번 정부 정책에서 가장 앞에 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 문재인 정부는 투트랙 접근을 취하고 있는데, 이번 회담 제의에 대한 미일 정부의 냉담한 반응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칫 북한과 국제사회 모두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까.

트랙이 하나일 필요는 없다. 트랙의 많고 적음이 기준이 되긴 어렵다. 상황에서 선택할 문제다. 다만 북한은 여러 트랙일 때 불리하다. 북한은 폐쇄성이 높고, 대외의존도가 낮기 때문에 외부와의 접촉통로가 많아지면 통제하기 어렵다. 그래서 북한은 대북 강경정부가 들어서면 속으로 좋아할 수도 있다. ‘접촉을 통한 변화’, ‘작은 걸음의 변화’ 이런 것들은 의미가 있다고 보고, 또 해야 한다고 본다. 비난이 있더라도 외교적으로 설득해야 하지 않겠나. 다만 ‘왜 투트랙을 하는가’를 보여줘야 한다. 이번에 군사회담을 하면 ‘이거 봐라, 해야 하지 않냐’라고 말할 수 있었을 텐데 결국 성사가 안 됐다. 정부로선 아쉽게 됐다.

– 북한이 남북군사회담 제안에 전혀 반응하지 않으면서 결국 회담이 불발됐다. 손을 내미는 문재인 정부와 달리 북한은 무시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그 의도를 무엇이라고 보나.

일단 북한이 지향하는 목표와 한국 정부와 다르다. 북한은 핵을 갖겠다고 하고 우린 갖지 말라고 한다. G20회의 때 북한 외교관들에게 내렸다는 김정은의 지시, 이 기회를 이용해서 평화협정을 체결하라고 했다는데, 북한은 1970년대부터 미국과 대화하려 했다. 한국은 한미일 하다가 3자, 4자, 급기야 6자까지 오지 않았나. 북한은 아직까지는 문재인 정부를 탐색하려고 한다. 문재인을 비난하려는 용어가 구체적으로는 안 나왔고 남조선 당국자, 청와대 등이다. 이 와중에 우리가 ‘김정은 위원장’이라고 칭하자고 하는데 이런 건 엄청난 변화다. 북한도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안하는데 그럴 필요가 있나. 또 북한 내부에서는 누구도 물꼬를 트려고 앞장설 수가 없다. 지도자가 핵을 공언을 했기 때문에 비핵화 얘길 하면 반당 반혁명 분자 되는 거다. 결국 북한 내부의 사정을 읽으면 이 질문이 얼마나 답을 얻기 어려운지 알 수 있다.

– 지금은 북한의 호응이 없지만 앞으로 다양한 계기로 대화나 교류가 재개될 텐데, 인도주의적 지원을 시작으로 남북경협을 통해 접촉의 면이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 같다. 중단된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문제부터 해결되어야 할 텐데, 어떤 접근이 필요할까.

장웅 IOC위원한테 문재인 대통령이 찾아가서 잘해보자고 했더니 장웅은 천진난만한 생각이라 했다. 금강산과 개성공단은 따지면 부수적인 문제이고, 북한은 근본 문제를 상정하고 있다. 전에는 애매모호해서 금강산과 개성공단도 중요한 줄 알았는데 지금은 분명해졌다. 적대시정책하지 말고 상호비방하지 말고 이런 게 근본적인 것이다.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베를린에서 쉬운 것부터 해나가자 라고 한 것, 이산가족상봉 등은 북한에게 있어서는 가장 어려운 거다. 결국 다 정치문제로 가는 거 아닌가. 금강산과 개성공단이 첫 매듭이 아니라는 거다. 

–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더욱 강화되는 가운데, 실제 제재의 가시적인 효과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중국의 협조가 없는 한 실효성 있는 제재는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더욱 근본적으로 제재 자체에 대한 회의적 의견도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

제재란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에는 효과가 있으나, 지도자에 대한 충성이 높은 나라에게는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없고 오히려 그 체제를 결속시킨다. 마치 말미잘 같다고나 할까. 싹 오그라든다. 지금껏 제재를 100개 하면 4개 정도 효과 있었다. 그러나 제재의 그물이 촘촘해지고 있다. 그들도 제재를 피하려고 노력한다. 사람을 제재하면 개명하고, 회사 제재하면 회사이름을 바꾸고, 큰 회사를 제재하면 회사를 쪼개고, 무역하면 무역 외 거래로 바꿨다. 

그런데 드디어 세컨더리보이콧을 제시하고, 단둥은행을 제재하니까 지금은 심각해진 상황이다. 휘발유 값이 올랐었는데, 또 내렸더라. 휘발유 값이 오르고 내리는걸 보면 효과가 있긴 있다. 또 구체적으로 김정은이나 김정은 측근을 적시하면 더 아플 것이다. 제재는 제재효과가 확 오는 게 아니라 제재대상이 되는 자체가 수모다. 김정은에게 수모를 안겼다는 게 가장 큰 효과다. 제재를 통해 북한이 아프다는 소리를 들으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북한한테는 그런 소리 안 나온다.

– 역대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은 압박이나 대화냐 한 쪽을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런 기계적인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지난 정부들의 대북정책 실패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향후 대북정책 추진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가 가장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은 뭐라고 보고 있나.

첫째로 자신의 정책을 표현하는 단어선택을 조금 더 세련되게 했으면 한다. 문재인 정부는 대화라는 표현만 고집하지만 관계개선이라는 말로 바꾸면 훨씬 와 닿는 부분이 많다. 훨씬 진정성이 느껴질 수 있다. 그게 아쉽다. 둘째로 남북관계 물꼬를 트는 데에 있어서 방식이 아직도 비민주적이다. 대북접촉이나 대화도 중앙정부나 관이 중심이 되려는, 창구를 일원화하는 모습을 그대로 답습한다. 얼굴에 화색이 돌게 하려면 정맥과 동맥도 중요하지만 실핏줄을 이어줘야 한다. 지자체나 NGO를 통제할 필요가 없다. 접촉하고 사후보고 하라고 해야지 왜 사전접촉을 허가받으라고 하나. 

통일부장관이 바뀌면 뭐 하나, 방식이 똑같은데. 결국 안 되면 책임을 통일부가 뒤집어쓰는 거다. 사실 이번 정부가 NGO나 지자체, 개인들의 이산가족 상봉, 내버려둘 줄 알았다. 북이 무섭지 않다는 정부가 왜 그리 철저하게 통제하는지 의문이다. 내버려두면 알아서 돈 들여서 이산가족 상봉 할 텐데, 꼭 북한 사전접촉 신고하라고 한다. 통제방식, 운영방식이 전임정부와 전혀 차별화되지 않았다. 목표만 차별화됐을 뿐이다. 

민주화를 지향하는데 왜 방식은 아직도 관 주도적인가. 방북하고 잘못되면 책임지면 되는 건데, 다른 부분은 다 대통령이 풀어주려 하면서 왜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아직도 왜 주도권을 빼앗기기 싫어하나. 또 아직도 김정은과의 담판을 지으려 한다. 주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거다. 미국도 이라크주민들의 마음을 끝내 얻지 못해서 물러선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