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미불신 속 철저한 ‘행동 대 행동’

방코델타아시아(BDA)와 관련한 북한의 ‘몽니’는 결국 미국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을 재확인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BDA에 동결된 북한 자금이 전액해제될 것이라는 미국측 발표가 19일 있었지만 아직까지 실제로 돈을 쥐지 못한 북측은 20일 회담에 소극적으로 임한데 이어 21일 오전에는 아예 회담에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외부에서는 이미 미국이 BDA에 대한 결단을 내렸고 실무적인 절차만 거치면 곧 전액을 손에 쥐는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고집을 부리는 북한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21일 베이징발 기사에서 BDA 자금이 손에 들어오기 전에는 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북한의 입장이 미국의 불신에 기인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신문은 BDA에 관한 미국의 대응은 언행 불일치의 전형적인 사례로 “조선측에 있어서는 항상 불신의 대상으로 돼왔다”며 북.미 베를린 회담을 비롯해 그동안 BDA 해결과정에서 보여준 미국의 ‘언행 불일치’ 사례를 조목조목 거론했다.

미국이 지난 14일 BDA조사를 종결하고 동결계좌 해제 여부를 마카오 당국에 넘겼지만 BDA를 ‘돈세탁 우려 은행’으로 지정한데 대한 중국과 마타오 당국의 반발로 전면 해제 여부가 불투명해졌던 순간도 있었던만큼 북한 입장에서는 손에 돈이 들어오기 전에는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가질만도 한 셈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6.25전쟁으로 총을 겨누고 전쟁을 벌였던 미국과 사사건건 반목을 벌여왔고 ‘2.13합의’로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지만 아직은 첫 걸음에 불과한 상황에서 대미불신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아직까지는 미국을 신뢰하고 믿을 수 있는 정치적 제도적 장치가 아무 것도 마련되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더군다나 과거 일부 진전됐던 대미관계는 북한에게 미국의 말만 믿고 먼저 행동에 나설 수 없다는 교훈을 심어줬다.

대표적인 사례가 클린턴 행정부 시절 채택된 제네바 기본합의문만 해도 핵동결에 대한 상응한 조치로 경수로 건설과 관계정상화가 담겨져 있었지만 경수로는 제 기한내에 완공되기는 커녕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완전히 중단됐고 관계정상화를 위한 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부시 행정부의 압박정책에 직면했다.

이로 인해 북한 언론매체들도 “말과 행동이 다른 것이 미국의 고질적인 악습”이라고 비난하면서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북한의 완고한 입장이라고 강조해왔다.

따라서 북한은 향후 핵시설 폐쇄.봉인과 핵프로그램 목록 협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요원 초청, 핵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신고와 모든 현존하는 핵시설의 불능화 등 2.13합의 실현은 물론 완전한 핵폐기와 한반도 평화체제 전 과정에서 동시행동원칙을 철저히 고수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조선신보도 20일 이번 6차 6자회담과 관련해 “미국이 조선을 적대시하는 법률적 및 제도적인 장치들을 모두 제거하는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주장,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와 대 적성국 교역금지법 적용 해제 등에 대한 구체적 이행 조치 계획이 나와야 핵시설 불능화 조치를 협의할 것임을 시사했다.

결국 핵시설 폐쇄-불능화-폐기로 이어지는 전 과정에서 미국의 대응조치와 시점까지 철저하게 조율하면서 움직이겠다는 것이 지금까지 나타나고 있는 북한의 회담전략인 셈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