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뉴욕접촉 후에도 對美비난 여전

북한은 조셉 디트러니 미국 국무부 대북 협상대사가 지난 13일(현지시간)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를 직접 찾아가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전달한 이후에도 대미 비난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디트러니 대사가 대북 메시지를 전달한 당일은 물론 대북 메시지 전달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19일에도 언론을 통해 매일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으며 그 수위도 여전하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19일 담화를 발표, 미국의 작전계획 ‘8022-02’ 등을 거론하며 “ ‘북을 주권국가로 인정한다’느니, ‘북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느니 하는 것이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도 같은날 미국이 북한 핵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선제공격 작전계획을 작성했다는 워싱턴 포스트의 16일자 보도를 거론, “미국이 최근 떠들어대고 있는 그 무슨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니, ’주권국가의 인정’이니 하는 것은 한갓 빈 나발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중앙통신은 18일에도 6자회담 중단 원인이 북한에 있다는 미 당국자들의 주장을 ’도적이 매를 드는 강도적 억지 논리’라며 “미국은 애당초 6자회담을 통한 조ㆍ미 핵문제 해결에는 관심이 없고 회담을 결과없이 적당히 이어 놓으면서 저들의 음흉한 목적 실현을 위한 시간벌기를 추구해 왔다”고 미측의 태도를 거듭 문제 삼았다.

디트러니 대사가 북한 대표부를 직접 찾아갔을 무렵인 지난 14일에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직접 나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을 비난했다.

대변인은 라이스 장관이 CNN 대담에서 북한을 ‘무서운 정권’이라고 말하고 북한이 북ㆍ미 기본합의문을 위반한 것처럼 왜곡했다며 “조ㆍ미 관계의 역사를 모르는 무식쟁이든지 아니면 거짓말만 일삼는 아주 철면피한 여자”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도 같은날 “미국이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을 취소하라는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대화마당에 도저히 나갈 수 없게끔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평양방송은 이튿날인 15일 라이스 국무장관이 “부시 호전집단의 앞장에서 반공 화국 압살의 배를 몰아가고 있다”며 그를 ’치마두른 호전광’, ’폭군’이라고 맹비난했다.

노동신문은 17일부터 ’6ㆍ15시대의 전진을 가로막아온 미국의 죄악’이라는 제목으로 특집기사를 연재하면서 지난 5년 동안 미국은 민족의 통일을 반대하고 한반도 지배를 꿈꾼 ’악의 제국’이었다고 비판했다.

디트러니 대사가 북한이 원하던 뉴욕채널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 나름대로 북한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체면과 명분을 세워주기는 했지만 북한이 이에 ’감지덕지’하면서 6자회담에 서둘러 복귀하기는 쉽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디트러니 대사의 메시지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지난 8일자 발언, 즉 “미국이 우리를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6자회담 안에서 쌍무회담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보도들이 전해지기에 사실인가를 미국측과 직접 만나 확인해보고 최종결심을 하겠다”는데 대한 미국측의 사실상 대답이어서 향후 북한의 대응이 주목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