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내부 체제충성 선전선동 최고조”

“평양 고려호텔에서 아침 6시에 일어나 창문을 열면 한쪽 확성기에서는 행진곡풍 음악이, 다른 한쪽 확성기에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각계의 충성 다짐의 소리가 들리고 이들 확성기 소리는 거의 하루종일 계속됐습니다.”

지난 5일부터 16일까지 평양을 다녀온 독일 한스자이델재단의 베른하르트 젤리거 한국사무소 대표는 28일 서울대통일평화연구소와 한스자이델 재단이 ‘개방과 고립 사이에 선 북한의 경제와 정치’라는 주제로 공동 개최한 국제학술회의에서 기자와 만나 최근 북한 내부 동향을 이같이 전했다.

그는 “방북 당시 ‘150일 전투’ 속도전이 한창 진행중이었는데, 내가 지난 2003년 처음 방북한 이래 여러차례 방북 경험 중에서 선전선동이 가장 심했다”며 “학생들 낮 수업시간에는 뜸했다가 방과후 학생 밴드가 여기저기서 연주하고 스피커를 단 차량들이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체제에 대한 충성심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번 방북중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임업과 유기농업’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는데 이 건물에도 확성기가 설치돼 있었다고 한다.

거리 곳곳에서 `150일 전투’와 강성대국을 연결시키는 선전구호가 눈에 띄었으며 북한이 지난달초 ‘인공위성’이라고 발사한 ‘광명성 2호’ 로켓 그림도 함께 걸렸다는 것.

그는 “북한의 2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도 대미, 대남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면도 있겠지만 대내적으로 지난해 중반부터 건강이상설에 싸인 김정일 위원장이 아직 확고히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주지시키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평양 체류중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열린 평양봄철국제상품전람회도 참관했다는 그는 “특히 전람관 2층 소매점이 붐볐는데 중국 소매상들이 파는 의류를 사는 평양 엘리트 계층이 모두 달러로 지불하는 것을 봐선 최소한 그들 사이에는 달러가 넘쳐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회의에서 김석희 미 디트로이트머시대 교수는 북한이 동북아에서 가진 지경학적, 전략적 의미를 지적, “세계 주요 에너지 소비국들인 한.일.중 3국은 북한을 경유한 러시아 극동지역의 풍부한 석유와 천연가스의 파이프라인 공급을 둘러싸고 협력 구도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장기적으로 전망했다.

“미국도 한.일.중 세 나라가 이란 등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도록 이러한 지역협력 구도를 지지할 것이기 때문에 현재 북핵 문제와 같은 정치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북한 문제는 결국 해결될 것”이라고 그는 낙관했다.

그러나 장세문 미 사우스앨라배마대 교수는 지난해 9월 본격 시작된 미국발 경제위기로 미국은 현재 1조달러가 넘는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점을 들어 “미국이 향후 북미간 직접 협상에서 대가로 제시할 수 있는 대북 지원 여력이 떨어질 뿐더러 경제위기로 협상에 대한 주의력도 떨어져 북미간 의미있는 협상이 조기에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단기적으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