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과 다시 마주앉을 생각 없어”…연이은 대남비난 의도는?

신형대구경방사포
북한이 지난달 3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하에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사진은 이날 중앙TV가 공개한 것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시험사격을 참관하고 있다. / 사진=붉은별tv 캡처

북한의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16일 담화를 통해 ‘말 폭탄’을 쏟아내며 “우리는 남조선(한국) 당국자들과 더 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앉을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가 나온 지 만 하루도 되지 않아 이를 강도 높게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하면서 또다시 대남 압박에 나선 것이다.

북미 실무협상을 앞두고 미국에 대한 언급이나 비난을 자제하고 있는 북한이 한국에 대해서는 압박의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는 모양새다.

조평통은 이날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자가 최근 북조선의 몇차례 우려스러운 행동에도 불구하고 대화분위기가 흔들리지 않았다느니, 북조선의 도발 한 번에 조선반도(한반도)가 요동치던 이전의 상황과 달라졌다느니 뭐니 하면서 광복절과는 인연이 없는 망발을 늘어놓았다”며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 이행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북남대화의 동력이 상실된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자의 자행의 산물이며 자업자득일 뿐”이라며 “남조선 당국이 이번 합동군사연습이 끝난 다음 아무런 계산도 없이 계절이 바뀌듯 저절로 대화국면이 찾아오리라고 망상하면서 앞으로의 조미(북미)대화에서 어부지리를 얻어보려고 목을 빼 들고 기웃거리고 있지만 그런 부실한 미련은 미리 접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담화에서 문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남조선 당국자’로 지칭하며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 “아랫사람들이 써준 것을 그대로 졸졸 내리읽는 남조선 당국자가 웃겨도 세게 웃기는 사람”, “북쪽에서 사냥 총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에 애써 의연함을 연출하며…”라는 등 막말을 퍼부었다.

북한은 지난 11일에도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 담화를 내고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거나 성의껏 해명하기 전에는 남북 접촉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면서 “앞으로 대화에로 향한 좋은 기류가 생겨 우리가 대화에 나간다고 해도 철저히 이러한 대화는 조미 사이에 열리는 것이지 북남대화는 아니라는 것을 똑바로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렇듯 북한이 계속해서 ‘한국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의도와 관련해서는 ‘한미동맹의 약한 고리인 한국을 활용해서 미국을 압박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현재 표면적으로 남측을 비난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실상은 협상 교착국면에서 미국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지금 북한은 우리에 대한 불만도 있지만, 핵심 대상은 미국”이라며 “미국으로부터 확답을 받고 싶은데, 미국에서는 어떤 상응조치를 하겠다든지 하는 언급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다만 협상의 판을 깰 수는 없으니 약한 고리인 한국을 붙잡고 늘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빌미로 삼고 있는 한미연합훈련이나, F-35 스텔스전투기 도입 등은 모두 미국과 연관된 사안이라는 점에서도 단순히 한국만을 겨냥한 행보로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북한이 남북관계와 한미동맹을 동시에 흔들어, 한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미국을 설득하는 역할을 해야한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밖에 북한이 미사일을 비롯한 전략무기들을 개발·완비하기 위한 명분을 세우기 위해 한국을 구실로 삼는 것으로 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북한은 이날 오전 강원도 통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체 2발을 쏘아올려 또다시 무력시위에 나섰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앞으로 북미회담이 열리면 군사기술력을 테스트하기가 어려워지니 그전에 실험을 해서 자신들의 군사능력을 함양하고 전략무기 체계를 완비하기 위한 의도가 아닐까 싶다”며 “특히 미사일 시험발사 같은 경우는 ‘비핵화 협상을 염두에 두기보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겠다’라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당분간 대남 비난과 무력시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오는 20일 한미연합훈련 종료 이후 북미 간 실무협상 재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 정부로서는 향후 북미 간 협상 진전 결과에 따라 경색된 남북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일부
통일부. /사진=데일리NK

한편, 통일부는 북한 조평통 대변인 담화에 대해 “남북정상 간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 합의정신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남북관계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하고자 한다”며 깊은 유감의 뜻을 표했다.

김은한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해 나간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우리의 이러한 노력에 북측도 적극 호응해 올 것을 촉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그간 한미연합훈련이 북측을 겨냥한 대규모 야외기동훈련이 아니라 전작권 전환에 대비한 연합지휘소 훈련임을 여러 차례 설명해 온 바 있음에도 북한이 오늘 우리를 비난한 것을 보면 당국의 공식입장 표명이라고 보기에는 도를 넘은 무례한 행위”라며 “앞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남북이 상호 존중하는 기초 위에서 지킬 것은 지켜가는 그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당국자는 “정부로서는 (북미) 실무대화가 잘 되고 남북대화가 재개돼서 선순환 되기를 기대한다”며 “남북관계를 발전시켜나가야하는 입장에서 일희일비하지 않고 의연하게 대화가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