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현장접근 거부..정부, 후속대응책 고심

북한이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사건과 관련한 남측 당국의 현지조사 요구를 거부함에 따라 정부의 행보가 주목된다.

정부는 무엇보다 현장 조사를 통한 충분한 진상 규명이 사태해결의 필수적 요건이라고 보고 있어 북한의 거부에 쉽게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우리 공권력이 미치는 범위 밖에서 일어난 일이어서 북한 협조없이 사건 현장을 밟을 길이 없다는 점을 감안, 일단은 북한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내는 쪽에 목표를 두고 있다

우선 정부는 북이 한번 안받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북에 조사단 파견과 관련한 전통문을 보내는 것은 별다른 실효가 없을 것으로 보고 지난 12일 전통문 내용을 공개적으로 발표함으로써 북에 우리 의사를 간접 전달했다.

이어 정부는 13일 남북간 출입.체류 관련 합의의 정신에 비춰 북측 조치가 부당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낸데 이어 같은 날 북측 설명을 근거로 한 박씨의 이동거리와 이동 시간 간의 모순점을 지적하는 방법으로 북한을 압박하기도 했다.

또 현장조사 때까지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진상규명 활동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 아래 정부 대책반 산하에 합동조사단을 구성키로 하고, 조만간 첫 회의를 갖기로 했다.

하지만 남북 당국간 관계가 단절됨에 따라 대화로 타협점을 모색할 방법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들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무엇보다 석연치 않은 이번 사건의 경위를 북한이 남측 당국자 참여 하에 스스로 밝힐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 그 이유다.

단적인 예로 11일 군사통제구역 깊숙이 들어갔다가 제지에 응하지 않고 도주하는 박씨를 오전 4시50분 사살했다는 북측의 발표는 박씨가 당일 오전 4시30분 호텔을 떠나는 장면이 찍힌 CCTV 화면의 존재로 인해 신빙성을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치마를 입은 50대 여성이 백사장에서 20분간 이동했음을 감안할때 북측이 설명한 피해자의 동선은 합리적으로 수긍키 어렵다.

또 진실 은폐 의혹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북한은 사건 발생 38시간 만인 12일 오후 금강산 관광 당국인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지도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진상 조사단의 방북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힘으로써 사실상 남측과의 접촉 및 대화 가능성까지 차단했다.

여기에 정부가 북한을 움직이기 위해 쓸 다른 지렛대도 사실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대북 인도적 지원의 경우 북이 받을지 여부를 떠나 국민 여론을 감안할때 꺼내기 힘든 상황인데다 그나마 살아있는 다른 민간 교류협력 프로젝트를 우리가 먼저 나서 제동을 거는 것도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점을 감안한 듯 정부도 이번 사안과 남북관계를 별개로 간주하는 입장 속에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했지만 다른 조치를 취하는데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정부가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겠지만 이번 사건을 두고 남북이 단기간에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