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행보 심상치 않아

북한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그동안 말로만 강경 입장을 보여오던 북한이 1일 동해상으로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실시했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지난해와 2003년에도 몇 차례 있었지만 핵문제를 둘러싼 북ㆍ미 간 대결이 첨예한 시점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북한 외무성이 지난달 30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폭군’ 발언에 대해 ’불망나니’, ’인간 추물’ 등으로 맞받아친 뒤 하루만에 실시됐다는 점에서 연례적인 훈련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통해 부시 대통령의 ’폭군’ 발언을 비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향후 북ㆍ미관계와 연계지었다.

즉 “부시 집권기간 핵문제의 해결도 조ㆍ미 관계의 어떠한 진전도 기대하지 않는다”며 참을 만큼 참아온 만큼 정책 변화를 기다릴 수 없고 이미 택한 길을 따라 가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비록 외무성 대변인의 인터뷰 형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북한이 ’2.10성명’을 통해 핵무기 보유와 6자회담 무기 불참을 선언한 이후 부시 대통령의 집권 기간이라는 구체적인 기한을 정해 강경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부시 대통령의 ’폭군’ 발언으로 더이상 부시 행정부에 기대를 할 수 없는 만큼 ’이미 택한 길로 버젓하게 가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이튿날 미사일 발사를 통해 이를 행동으로 보여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금까지의 말만 강경했던 차원을 떠나 실제 행동으로 보여준 것으로 향후 강경행보의 ’전주곡’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실제 의도가 어떻든 이미 미국 등 주변국에서도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부시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김 위원장을 비난한 만큼 북한도 같은 형식으로 대응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형식은 중요하지 않으며 부시 집권기간 핵문제와 양국관계 진전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대목을 중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미국이 회담 참석을 촉구하면서도 자신들의 최고지도부를 향해 ’폭군’ 등으로 지칭하는 것을 보면서 미국이 실제적으로는 회담을 할 생각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미국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대변인 회견에 이어 미사일 발사로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핵무기 보유 선언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무시 전략과 고립정책으로 나가자 강경 행보쪽으로 입장을 굳힌 것으로 안다”며 “북한은 이미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준비해 놓고 타이밍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