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보고관 결의’ 반대 孫대표 ‘대통령꿈’ 깨라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지난 2일,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면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의 임기연장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대통령, 야당, 인권단체(NGO)가 하는 발언 수위는 다르다”고 전제한 뒤, 자신이 대통령이라면,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해서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의 임기연장에) 찬성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찬성한다고 북한 인권에 변화가 있을 거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말도 덧붙였다.

손 대표는 그 동안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의견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는데, 요약하면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정부가 직접 발언하여 북한당국을 압박하는 것보다는 민간단체들이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둘째, 북한이 개혁·개방되면 인권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것이다.

물론, 북한의 인권문제는 본질적으로 정권과 체제의 문제다. 극단적인 개인독재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혹심한 인권 유린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북한이 민주화되지 않으면, 북한인권문제의 본질적 해결은 불가능하다. 북한이 개혁·개방되면 인권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손대표의 인식은 그래서 옳다.

그러나 손 대표는 중요한 점을 놓치고 있다.

가만히 앉아서 북한의 개혁개방과 민주화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기에는 북한의 문제가 너무나 심각하다는 것이다. 북한을 탈출해 송환의 공포에 시달리며 해외를 떠돌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20만을 넘는 사람들이 수용소에 갇혀 지금도 짐승처럼 살고 있다. 대부분의 주민이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자유롭게 일할 권리마저 박탈당한 채 살아가고 있다.

북한의 ‘인권문제’가 외부의 있는 사람들에게는 때때로 그저 단 네 음절의 글자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인권문제’는 삶과 죽음의 문제다. 그들에게 ‘인권문제’는 북한을 탈출해 사막을 건너다 말라죽은 어린아이가 느꼈을 무서운 공포다. 그들에게 ‘인권문제’는 매맞아 죽고 굶어죽는 정치범 수용소자들의 피맺힌 분노다. 그들에게 ‘인권문제’은 굶어죽은 엄마를 가슴에 묻고 거리를 떠돌다 얼어죽은 꽃제비들의 슬픈 절망이다. 잔인한 인권유린과 참혹한 고통은 지금도 한반도 북쪽에서 아침저녁으로 계속되고 있다.

북한인권문제는 민간단체가 나서서 하고 정부는 개입하지 말자는 손 대표의 발언을 보면서, 그가 과연 단 한번이라도 북한 주민의 입장에서 북한인권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참혹하고 시급한 북한인권문제를 눈앞에 두고, 누구는 나서고, 누구는 나서지 말자는 식으로 역할 구분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민간단체도 나서고 정부도 나서서 북한 당국의 인권 유린 만행을 우선 당장 말리고 봐야 한다.

손 대표가 자신의 별 의미도 없는 역할분담론을 그 무슨 ‘전략적 접근’이나 되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도 실망스럽다. 아마, 손 대표는 인권문제로 북한당국을 자극하고 압박하면 개혁개방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는 듯하다. 손 대표야 말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가 북한당국에 잘 보이면 북한당국이 개혁·개방으로 나올 것으로 믿는 것은 북한정부의 본질을 모르는 순진한 생각이다. 극단적인 개인독재를 본질로 하는 북한체제는 개혁개방이 진행되는 순간 몰락하게 된다. 극단적 개인독재와 개혁·개방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속성들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것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 북한정권이다. 따라서 북한 정권과 협력해 북한의 개혁·개방을 끌어내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한쪽으로 개혁개방을 향한 출구를 열어놓고, 다른 한쪽에서는 북한 정권에 대한 고립 압박을 강화하여 북한 정권을 개혁개방을 향한 출구로 떠밀어야 한다. 이것이 가장 효과적이고도 유일한 방법이다.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앞장서서 북한 정권에 인권유린을 중단하라고 원칙적이고 단호하게 요구해야 한다. 북한정권이 노골적으로 북한 주민을 죽이고 폭행하지 못하도록 말리면서도, 북한 정권에게 개혁·개방이외의 모든 길이 막혀 있음을 경고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만약 손 대표가 이 점을 깨닫지 못한다면, 그는 결코 한반도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지도자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