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언론매체에 난무하는 ‘욕설’

“미친개는 몽둥이로 때려잡아야 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8일 게재한 한나라당 비난 논평의 한 대목이다.

남한이나 외국에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호전적이고 거친 표현이 북한을 대변하는 성명이나 담화, 언론 매체에 거리낌없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적대국이나 적대국가의 반북성향을 가진 단체나 인사들에 대해 ’놈’, ’년’, 개싸움질’, ’지랄발광’, ’병신짝’, ’고아댄다’ 등 저속한 용어를 동원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를 ’탄압’하는 일본당국을 비난하는 강원도 원산시 궐기모임에서 토론자로 나선 한 노동자는 “불망치로 원수놈들의 대갈통을 까부수겠다”고 말했고 북한 언론은 이를 여과없이 보도했다.

적대국가라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언어예절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이 언어폭력을 가하고 있는 셈이다.

대외용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조선인민군’, ’청년전위’, ’소년신문’, ’새날신문’ 등 북한 군인과 주민,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내부용 언론매체와 교과서, 교양자료들은 “눈깔을 사납게 부릅뜨고”, “지랄을 부리는” 등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

북한 언론매체의 이같은 언어 사용은 남한, 미국과 일본 등 적대국과 적대세력에 대한 극도의 증오심과 반발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주민들에 대한 사상교육과도 관련된다.

북한 언론계에서 일했던 탈북자 김모씨는 “북한은 적대국가와 적대세력 등 미워하는 상대에 대해 부드러운 표현을 사용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가장 무자비한 언어로 비난함으로써 주민들에게 증오심과 투쟁심을 깊이 심어줘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교사를 지낸 탈북자 박모씨는 “어릴 때부터 학생들에게 ’미국놈’, ’일본놈’, ’남조선괴뢰도당’이라고 가르쳤고 그에 대한 용어도 눈을 눈깔로, 행동을 지랄발광으로, 머리 대신 대갈통이라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북한 언론매체와 출판물 등의 이같은 과격한 언어에 주민들이 저도 모르게 길들여져 일상생활에서 거친 언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 주민들은 물론 지성을 갖췄다는 엘리트 집단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외교관 출신의 한 탈북자는 “외교관이나 대학교수들도 공식석상에서조차 ’미국놈’이란 용어를 거침없이 사용해 상대방을 놀라게 한 적이 적지 않았다”며 “그러나 그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지성인들은 별로 없었다”고 전했다.

1994년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파장을 일으켰던 박영수(2003년 사망) 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이 “성명을 발표할 때 품위있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설득력을 높이는 방법이 아니냐”는 남측 기자의 질문에 “사람들이 생명처럼 여기는 것에 칼질을 할 때 우리의 감정이 어떨지 고려해야 한다”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 것도 거친 언어사용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탈북자들도 북한식 거친 언어생활 때문에 남한 정착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말 한마디가 대인관계를 해치고 교양과 예절이 없다는 힐난을 듣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10년전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 정모씨는 “처음 남한에 와 회사생활을 하면서 북한에서처럼 거친 용어를 사용했다가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어 지금도 항상 조심하고 있다”며 “탈북자들이 매너를 중시하는 남한사회에 제대로 적응하려면 언어사용을 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