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농민, 홍수 급류 속 두 아이 구하고 숨져

주민들의 홍수 피해를 돕던 북한의 한 농민이 어린아이 두 명을 구한 뒤 자신은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고 국제적십자사(IFRC)가 밝혔다


20일 북한 조선적십자가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에 보낸 서한에 따르면 적십자 자원봉사자 한순일(32) 씨가 지난달 26일 황해도 청단군에서 홍수로 고립된 어린아이 두 명을 구한 뒤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IFRC에 따르면 주민의 홍수대피를 돕던 한씨는 이날 오후 10시께 급류에 휩싸인 주택 창문에 매달려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를 들었다.


당시 두 아이는 부모를 기다리다 잠이 들어 대피 사이렌 소리를 듣지 못했고 부모 역시 집으로 가는 다리와 도로가 호우로 붕괴하면서 돌아갈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한씨는 위기상황 속에서 급류에 몸을 던져 먼저 3살짜리 여자아이를 구조한 뒤 11살짜리 남자아이를 구하려고 다시 물에 들어갔다. 격류와 30분 이상 사투를 벌인 끝에 아이를 물가로 옮길 수 있었지만 정작 자신은 탈진해 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한씨는 두 살배기 딸과 아내가 있는 평범한 농민인 것으로 전해져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IFRC는 북한 적십자가 전해온 이 소식을 홈페이지 첫 화면에 ‘북한적십자 자원봉사자, 영웅적인 구조 뒤 숨져’라는 제목으로 크게 소개했다.


한편, 북한 적십자회는 서한을 통해  올여름 발생한 수해로 최소 57명이 사망했다고 IFRC측에 밝혔다.


미국의 소리(VOA)방송은 서한을 인용, 북한에서 수해로 최소 57명이 사망하고 2만4천720여 명이 집을 잃었으며 8만3179㏊ 이상의 농경지가 피해를 봤다고 보도하며 이 같은 재해가 북한 곡창지대 주민들의 생계에 중대한 타격을 가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달 5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7월 하순 내린 집중호우와 큰물(홍수) 피해가 확대되면서 전국적으로 3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6480여 동의 살림집(주택)이 파괴돼 1만5800여 명의 주민이 집을 잃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