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총선 집권당 승리…사르코지 ‘개혁’ 힘 실리나?

▲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답례하는 사르코지 대통령

프랑스 총선이 집권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의 승리로 17일 막을 내렸다.

프랑스 국민들은 이번 총선에서 집권당과 야당에 절묘하게 표를 분산시켰다. 집권당을 지지하면서 동시에 야당의 견제를 살린 것이다. 그 덕에 다 죽어가던 사회당은 부활을 꾀할 수 있게 되었다.

총선 결과 집권 우파 정당 대중운동연합(UMP)이 314석을 차지했다. 총 의석인 577석의 과반을 넘게 차지했지만 기존의 359석에 비해 많이 줄었다. 야당인 사회당은 기존 의석 149석을 훨씬 웃도는 185석을 확보함으로써 선전했다. 애당초 참패가 예산되었던 만큼 비록 졌지만 자축하는 분위기다.

신중도(Noureau Centre, 22석), 다양한 좌파(Divers gauche, 15석), 녹색당(4석), 민주운동(MoDem, 3석) 등 다른 좌파 성향 중도 정당들은 41석을 확보했으며, 공산당 15석, 좌파 급진당 7석을 차지했다. 다양한 우파(Divers droite) 정당이 9석을 확보했으나, 2002년 대선 결선에까지 올라 파란을 일으켰던 극우 정당 국민전선(FN)은 단 한 석도 확보하지 못했다. 프랑스 정치평론가들은 UMP에서 빠진 의석이 거의 사회당으로 이전한 것은 집권당과 제1 야당이 대결하는 양당체제 구도가 강화된 양상으로 평가했다.

지난 5월 6일 대통령으로 선출된 니콜라 사르코지(52)는 총선 승리까지 거머쥠으로써 향후 개혁 드라이브의 확실한 힘을 갖게 되었다. 프랑스는 이원집정제 형태로서 의원내각제에 비해 대통령의 권한이 크다. 대통령이 주요 내·외무를 담당하고 총리가 실질적인 내정을 총괄하지만 사르코지는 보다 적극적인 대통령으로 역할을 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미 정부는 8개 항의 경제개혁안을 발표했다. 새 개혁안은 감세 정책을 비롯한 세제 개혁과 재정 및 노동 분야 개혁을 담고 있으며 성장 동력의 확보에 초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주 35시간 초과근무를 위한 시간외 근무소득에 대한 비과세, 주택저당대출 이자에 대한 소득 공제, 상속세의 대폭 폐지, 개인 합산 총 과세율 상한을 50%로 인하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정부는 새 개혁안이 서유럽 최고인 8.6%의 고질적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러나 사르코지의 개혁이 순조로울지는 미지수다. 국민들이 대표 야당인 사회당에 기존보다 더 많은 의석을 안겨준 것은 과도한 권력 집중을 경계하는 심리가 발동한 결과다. 국민들은 사르코지의 개혁 정책에 찬성했기 때문에 총선에서도 UMP에 표를 던졌지만, 힘있는 야당이 그의 독주를 견제해 줄 것 또한 함께 원하고 있다.

특히 총선에서는 정부가 발표한 부가가치세 5% 인상 안에 대한 쟁점이 표심을 갈랐다. 국민들은 정부가 지나치게 급진적으로 나아가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사르코지의 개혁정책에 대한 좌파와 노동자·학생들의 반발과 저항은 이미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노동 진영과 학생 그룹은 과격한 대규모 군중시위로 정부의 고용법안을 무력화시킨 전례가 있다. 사회당도 3연속 대선 패배의 후유증과 당 내분을 조속히 수습하고 새롭게 거듭날 채비를 하고 있다. 이번 총선의 결과는 총체적 침체에 직면한 사회당에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다.

정력적인 이미지와 독선적 이미지를 함께 지니고 있는 작은 거인 사르코지의 개혁이 과연 성공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프랑스의 새로운 실험이 닻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