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단둥호텔 ‘김정일 특수’ 짭짤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설을 취재하기 위해 중국 단둥에 몰린 한국을 비롯한 외국 매체 기자들 사이에 김 위원장의 방중이 늦어지는 데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지만 이를 내심 즐기는 곳도 있다.


김 위원장의 방중 길목인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중롄(中聯)호텔이 바로 그 곳.


압록강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는 계절적 비수기로 예년 같으면 한산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이 호텔이 김 위원장 방중 특수로 요즘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12층 높이에 156개 객실을 보유한 4성급인 이 호텔은 요즘 연일 몰려드는 외신 매체 기자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 매체들이 김 위원장의 방중설을 처음 제기한 이후 벌써 4개월째 외신기자들이 이 호텔을 들락거리며 김 위원장의 방중 동향을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김 위원장 방중 D데이로 지목됐던 지난 1, 2일에는 한국과 일본, 미국 등의 군소 인터넷 매체까지 합쳐 무려 40여 개 매체, 70여 명의 기자가 몰렸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 호텔 절반에 가까운 객실을 취재진이 차지한 셈이다.


여기에다 보이지 않게 활동하는 각국의 정보요원들이 신분을 감춘 채 이 호텔에 투숙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 호텔 투숙객의 상당수가 김 위원장 방중이라는 ‘특수 이벤트’ 때문에 몰렸다고 할 수 있다.


취재진이나 정보요원들이 이 호텔을 고집하는 이유는 단둥에서 유일하게 압록강철교를 훤히 내려다볼 수 있는 ‘명당’에 터를 잡았기 때문이다.


주변에 ‘궈먼(國門)호텔’과 ‘수(速)8호텔’ 등이 있긴 하지만 궈먼호텔은 리모델링 중이고 수8호텔은 압록강 철교와는 비스듬한 위치에 있어 압록강 철교를 건너는 열차를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


투숙객이 몰리면서 지난해 이맘때 300 위안대까지 떨어졌던 객실료도 500 위안대로 껑충 뛰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을 기다리느라 취재진은 애가 타지만 이 호텔은 내심 김 위원장의 방중이 늦춰지기를 바라지 않겠느냐는 볼멘소리가 기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심지어 “김 위원장이 이 호텔에 지분을 투자한 뒤 소문만 내면서 방중을 늦추는 것 아니냐”는 과장된 농담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김 위원장의 방중을 가로막는 최대의 장애물이 다름 아닌 이 호텔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방중을 위한 북.중간 모든 협의가 이미 마무리됐음에도 중롄호텔을 지키는 ‘감시의 눈’이 부담스러워 김 위원장의 방중이 미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과거 언론의 관심이 쏠리지 않았을 때는 김 위원장 방중을 앞두고 외국인 투숙객을 몰아냄으로써 보안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이럴 경우 오히려 김 위원장의 방중을 공개적으로 시인하는 꼴이 되는데다 국제적 논란거리가 될 수 있어 이런 조치를 취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2004년 용천 역 폭발사고를 경험한 바 있고 북한 내에서도 사전에 동선이 노출되면 계획했던 일정도 취소할 만큼 보안에 철저한 김 위원장이 감시의 눈을 무시하고 방중하기란 더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것.


김 위원장의 방중을 막는 ‘만리장성’은 다름 아닌 이 호텔이며 김 위원장도 이 호텔을 눈엣가시로 여길 것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