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65년> ⑤후계구도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오는 16일로 만 65세가 되면서 과연 다음 최고권력자는 누가 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1974년 아버지 고(故) 김일성 주석이 만 62세 때 후계자로 공식 추대됐고 당시 그의 나이는 32세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김정일 위원장의 뒤를 이을 후계구도 움직임은 가시화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외부에서는 김 위원장의 차남 김정철(26)이 후계자로 지명돼 그의 초상화가 사무실에 걸렸다는 등 온갖 설이 난무했지만 실제 승계와 관련한 움직임은 전무하다는 것이 정통한 대북소식통들의 전언이다.

김 위원장의 부인이었던 고영희(2004년 사망)씨의 생전에는 그나마 고씨에 대한 우상화작업 등 일부 움직임이 있었지만 이후 완전히 중단돼 후계구도와 관련한 특이한 동향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를 이은 혁명’을 줄곧 외쳐온 김정일 위원장은 60대 중반 나이에도 불구하고 왜 후계문제를 서두르지 않고 있을까?

가장 큰 이유는 후계자가 결정되는 순간부터 권력의 중심이 후계자로 옮겨지고 실권을 내놓게 되는 레임덕 현상을 크게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이미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승계받는 과정에서 김 주석의 급격한 권력 약화를 직접 경험한 만큼 이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고영희씨가 생존해 있을 때에도 고씨와 지지세력의 후계자 선정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고 이미 오래전부터 측근들에게도 “80세, 90세까지 일하겠다”며 권력이양의 뜻이 없음을 여러차례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이오시프 스탈린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처럼 아예 후계자를 선정하지 않거나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처럼 노환.질병 등으로 통치가 불가능한 시기에 가서나 후계자를 선정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후계문제에 대한 김 위원장의 ‘무관심’은 고씨의 사망 이후 더욱 심해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그 배경에는 김 위원장의 비서 출신인 김 옥(43)씨가 고씨 사망 직후 김 위원장과 동거에 들어가 사실상 북한의 퍼스트 레이디로 등장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김 위원장은 김옥씨를 단순히 부인으로서가 아니라 국정 전반을 함께 논의할 정도로 깊이 신임하고 있어 최근 김옥씨는 국정 전반에 더욱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 김옥씨는 권력의 핵심부에 자신의 측근들을 앉히는 등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옥씨는 20대부터 김 위원장의 업무를 보좌하면서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2000년 10월 김 위원장의 특사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동행하는 등 일찍부터 정치에 눈을 떴고 권력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거기에다 그는 이제 겨우 40대 중반에 불과해 퍼스트 레이디로서는 아주 젊은 셈이다.

그는 후계자 선정이 퍼스트 레이디인 자신을 권력의 중심부에서 밀어낼 것이 뻔하기 때문에 가뜩이나 후계문제를 달가와하지 않는 김 위원장으로 하여금 후계자 선정을 최대한 늦추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 대북소식통은 “김옥씨의 등장이 김정일 후계구도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체제의 특성상 언젠가 후계자는 그의 아들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의 일가족이 아닌 제3의 인물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대북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후계자를 선정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는 있어도 제3의 인물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북한 권력층이나 주민들 사이에서는 김일성-김정일 부자세습에 대한 세뇌교육으로 김 위원장의 후계자는 마땅히 아들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으며 김 위원장의 혈육이 아닌 제3의 인물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주목받는 아들은 정남(36), 정철, 정운(23)이다.

김 위원장과 고(故) 성혜림씨 사이에 태어난 장남 정남씨는 개혁.개방적인 사고로 김 위원장의 마음에서 멀어진데다 본인이 애당초 후계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정철씨는 호르몬 과다분비증이라는 신체적 약점을 갖고 있는데다 성격이 유약해 김 위원장이나 생모인 고씨도 일찌감치 후계자감으로 탐탁하게 여기지 않은 반면 김 위원장을 가장 닮은 삼남 정운씨는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세 아들 모두 생모를 잃어 정치적 배경이 동등하다는 점에서 후계자 지명 가능성은 모두에게 열려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북한이 작년 핵실험을 단행해 자칭 핵보유국이 된만큼 앞으로 후계구도를 가시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정치.경제적으로 비교적 강력한 국가를 물려받은 자신과 달리 파산된 경제 외에는 넘겨줄 것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핵보유국의 지위는 후계자에게 물려줄 수 있는 ‘업적’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