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친북좌파’ 발언은 집권세력 무능하다는 뜻”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이번 대선을 ‘친북좌파’와의 대결이라고 말하자 정치권에서 때 아닌 색깔논쟁이 불붙고 있다.

이 후보는 29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이번 대선은 친북좌파와 보수우파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발언 진의를 두고 정치권의 해석이 분분하다.

먼저 북한의 대선 개입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反보수대연합’선동으로 남한 대선 개입 의도를 노골화하는 북한 당국과 범여권 세력을 ‘한편’으로 분류해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또한 남북정상회담을 북한 당국과 친북좌파의 회동으로 평가 절하해 대선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한나라당 한 당직자는 “범여권의 냉전세력 공세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아니겠냐”면서 “9월 정기국회와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온톤 이명박 죽이기에 나설텐데 이것에 대비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효석 대통합민주신당 원내대표는 30일 원내대표단회의에서 “한나라당이 이명박 검증국회에 겁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최재성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이번 국회에서 이 후보의 냉전적 경향을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검증’ ‘도덕성 검증’에서 ‘이념 검증’으로 전선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이 후보의 발언이 나오자 범여권은 일제히 “민주평화개혁세력을 친북세력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논평을 통해 “수구냉전적 외눈박이 발상으로 시대착오적 색깔논쟁을 불러일으키자는 생각이냐”고 맹비난했다.

정동영 예비후보 측 김현미 대변인은 30일 “이번 대선은 평화 대 전쟁불사세력간의 대결이다”며 “(이 후보는)민족·개혁세력을 친북좌파로 보는 시대착오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학규 예비후보 측 우상호 대변인도 “이 후보가 언급한 친북좌파는 냉전철폐에 앞장서 온 민주평화개혁세력을 총칭하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색깔론’ 확산되는 것을 경계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30일 CBS 뉴스레이다에 출연, “서구에도 중도, 좌파, 우파 개념이 있다. 그것을 색깔론으로 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경선 당시 캠프 대변인으로 활약했던 진수희 의원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의 발언의 진의는 색깔 논쟁을 벌이자는 것이 아니라 평소 가지고 있는 생각”이라며 “현 정권처럼 무능한 이념세력이 아니라 유능한 정책세력이 집권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