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신]李 “이제 ‘경제살리기 횃불’ 들때…불법·폭력시위 안돼”

▲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이 대통령의 축사를 듣고 있는 후보자들 ⓒ연합

3일 한나라당 제 10차 전당대회 현장에는 10년만의 정권 탈환을 자축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땅에 떨어진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야 한다는 반성과 계파 간 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당 내 화합을 이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당내 행사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축사에서 “한나라당은 오늘 전당대회를 통해 책임 있는 집권여당으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며 “대통령 선거와 총선은 끝났다. 서운한 일이 있더라도 모두 잊고 새로운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하나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나라당 대의원들은 친정으로 돌아온 이명박 대통령을 기립박수로 환영했다. “우리가 뽑은 우리의 대통령입니다”라는 유정현 의원의 소개에 대의원들은 이 대통령들의 이름을 연호했다. 오랜만에 지지자들 사이에 둘러싸인 이 대통령의 표정도 밝았다.

이 대통령은 “나와주신 최고위원 후보님 여러분에게도 깊은 격려를 드린다”며 “그리고 지난 2년간 한나라당의 정권교체를 이루어내고 매우 어려운 시기에 당을 이끌어 주신 강재섭 대표와 당직자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0년, 제가 야당 생활 10년에 박근혜 전 대표를 위시한 전 당직자와 또한 당 고문 선배 여러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이 자리에서 드린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금 우리는 한편으로는 법과 질서가 무시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난이 심화되고 있는 국내외적으로 이중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현재의 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여당과 지지자들의 적극적인 도움을 호소했다.

이어 “평화적 집회를 통한 국민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겠지만 불법과 폭력시위는 국민들이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정부가 비난을 받을 때 여러분들의 마음고생이 얼마나 많았느냐. 흩어진 민심을 모으는데 당원 여러분들이 나서달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제는 ‘경제살리기의 횃불’을 높이 들어야 할 때”라며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현재 세계 경제 상황이 매우 어렵다. 우리도 거기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어느 나라보다도 빨리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국회와 적극 협력하는 새로운 정치의 틀을 만들어가겠다”면서 “한나라당과 짐도 보람도 함께 나누어 나가겠다. 국가적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산적한 민생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도 국회는 하루빨리 정상화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새 지도부 선출로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된 강재섭 대표 역시 친이-친박 간 계파 갈등의 종식을 통한 당 내 화합을 강조했다. “집권 후 첫 전당대회는 새로운 각오로 새 출발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며 “경선 과정의 모든 갈등과 불안은 제가 안고 모두 떠나겠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2년의 대표 복무를 마치고 ‘만기제대’하고 이제 예비군으로 편입해 백의종군 하겠다”며 여의도 정치에서의 퇴장을 선언하기도 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소위 계파정치를 떠나 당 내 대통합을 이루고 그동안의 반목과 갈등을 치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정부의 시책마다 진보세력의 반대촛불은 5년 내내 계속될지 모른다는 우려와 걱정이 있다”며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영역에 걸쳐 매우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상황에서 오늘 한마음이 돼 통합과 상생의 시대로 나가는 전당대회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의원 투표에 앞서 각 후보자들은 마지막 정견발표를 통해 표심을 얻기 위한 최후의 승부수를 던졌다. 유력한 당 대표 후보로 꼽히는 박희태 후보는 계파 간, 지역 간 갈등을 벗어난 당 내 화합을 강조하는데 주로 시간을 할애했다.

박 후보는 “우리가 지금 해야 할 건 화합이다. 당 내 갈등을 해소하지 않으면 한걸음도 못나간다”며 “이명박계 박근혜계 이런 말이 당에서 사라지게 하겠다. 당에는 아름다운 화음이 들리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우리가 극복할 또 하나의 과제는 지역의 벽”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호남과 충정 지역에서 올라온 대의원들을 언급하며, 이들에 대한 당 차원의 배려를 약속했다.

정몽준 후보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의 후보 단일화를 선언했다가 철회한 전력, 지난 12월 대선 직전 한나라당에 입당한 짧은 당적, 버스비 70원 발언 논란 등에 대한 심정을 솔직히 고백하며 당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정 후보는 “노무현 후보와 단일화 했던 것은 새로운 정치실험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노무현 후보는 우리의 건국역사와 시장경제, 한미동맹을 부정하는 부정의 정치인이었다. 긍정의 힘으로 다가갔던 정치 실험은 증오의 정치와 거짓말에 산산조각 났다. 권력의 무지와 독선을 현장에서 먼저 봤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지난 5년간 노무현 정권을 바라보며 뼈를 깎는 심정으로 뉘우치고 가슴을 치며 반성했다”며 “지난 12월 한나라당의 입당 제의를 정치적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지역주의, 계파, 네거티브, 반목과 갈등 다 내다버리자. 이제 화합과 통합과 신념으로 활기찬 미래를 만들자”고 주장했다.

상대적으로 양강 구도에서 처진 후보들의 경우 오히려 친이-친박계라는 점을 부각시켜 우군 굳히기에 나섰다.

공성진 후보는 “저는 이명박 정권 창출에 앞장섰던 사람”이라며 “정권 창출에 헌신했던 동지들을 대신해 이 자리에 섰다. 당을 살리고 이명박 정부의 성공에 모든 걸 던지기 위해 일어섰다”고 말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과 언제든지 머리를 맞대고 소통할 수 있는 후보, 이명박 정권과 생사고락을 함께 할 후보가 누구인가”고 물은 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입각한 실용정부의 성공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호소했다.

허태열 후보 또한 “총체적 위기에 직면한 나라와 한나라당에게 필요한 것은 이름 모를 이등병의 애국심과 희생정신”이라며 “지난 10년간 피눈물 흘리면서 묵묵히 야당 간판을 지키면서 오신 당원 여러분과 박근혜 전 대표가 바로 이 이등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실 이제라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신뢰를 회복해서 지금이라도 손을 잡는다면 우리 당이 무슨 걱정이 있겠느냐”며 “2004년 박 전 대표를 뽑아 위기의 당을 구했듯이 오늘 허태열을 뽑아 위기의 당을 구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외에도 김성조 후보는 친이계의 이재오 의원이 미국에서 전화로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유일한 여성 후보는 박순자 후보인 여성 대의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