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밀실에서 남북관계하는 시대 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6일 발표한 정부 조직개편안에 대한 후폭풍이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정국은 통일부 폐지를 두고 찬반으로 확연히 갈렸다. 한나라당은 인수위 개편안의 적극 수용 입장을, 대통합신당과 민주·민노당은 ‘과거 회귀’라며 국회 심의 과정에서 통일부 부활을 공언했다.

이 당선인은 이날 ‘남북관계는 특정부처에서 하기에는 너무 커졌다’ ‘(남북)특정 부처가 밀실에서 좌지우지 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잇따라 했다. 통일부가 폐쇄적으로 남북관계를 운영한 것이 부서 폐지의 주요한 이유가 됐음을 짐작케 하는 발언이다.

이 당선인은 17일 외신 기자회견과 국회 원내 정당 대표들과의 연쇄 회동을 통해 통일부 폐지를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적극적인 설득 작업에 나섰다.

그는 외신기자회견에서 “차기정부에서 확대될 남북간 교류를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면서 통일도 염두에 두고 정부조직을 개편했다”며 “통일부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외교부와 합친 것이며, 남북간 문제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한다는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 남북관계는 남북이 각각 특정 부처에서 담당했으나 이제는 남북관계가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통일에 대비해야 하는데, 한 부처가 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커졌다”며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고 경제협력이 적극적으로 되면 대한민국의 모든 부서가 관여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 당선인의 행보는 오후 국회로 향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와 심상정 비상대책위원장을 직접 만나 설득에 나섰다.

손 대표가 통일부 폐지방안을 거론하며 “할 일이 많으시겠지만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앞으로 구체적으로 면밀하게 검토하겠지만”이라고 운을 떼자, 이 당선인은 “오늘 외신도 질문을 했는데 짧게 답했다”며 “이제 두 부처가 밀실에서 (남북관계를 논의)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답했다.

이 당선인이 말하는 두 부처는 남측의 통일부와 북측의 통일전선부를 의미한다.

이 당선인은 또 “(폐지가 아니라) 융합이고 강화됐다, 검토를 나중에 해주시면 좋겠다”고 거듭 말했다. 심상정 위원장과의 대담에서도 같은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통합민주신당은 이날 오전 손학규 대표 주재로 비공개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통일부 통폐합은 절대 안된다는 ‘수용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인수위와 한나라당이 통일부 통합안을 고수할 경우 임시국회 처리에 협조할 수 없다는 배수진을 치고 있다.

특히 현 시점이 북핵 폐기 협상의 기로에 직면한 상황에서 통일부의 존재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인식하에 통폐합에 반대하기로 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통해 인수위측으로부터 정부조직개편안을 당론으로 확정하고 오는 21일 안상수 원내대표 명의로 발의하기로 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인수위 원안대로 통과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기본적인 (법안의) 취지와 골격이 유지되는 한도 내에서 미세한 수정은 있을 수 있다”며 “통일부 존치가 바람직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두 세 명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이재정 장관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부서 통합에 따른 문제점을 논의하는 등 내부 추스르기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이 장관은 “의연하고 차분하게 맡은 바 임무를 계속해야 한다”면서 “남북관계는 국가 장래와 한반도 평화에 다 걸리는 문제니, 부처 이기주의 차원을 넘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서 의연하게 해나가자”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이 참석자는 “향후 남북관계 관리 방안, 부서 통합시 예상되는 문제점, 그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안 등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가 오갔다”면서 “남북관계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공감대 하에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한 의견교환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회의 직후 이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통일부의 폐지로 미래의 남북관계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며 “뭐라 말할 수 없이 참담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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