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현인택 통일’ 카드로 대북원칙 강조하나?

현인택 고려대 교수가 신임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새로운 남북관계 정립을 예고한 이명박 정부의 집권 2년째 대북정책 구상에 따른 인사로 읽혀진다.

현 신임장관의 인선은 현 시점에서 ‘대북 원칙’의 선명성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이 대통령의 대북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대남 강경정책을 잇따라 발표함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남북관계를 풀어가야 한다’ ‘대화가 대북정책의 목표가 돼선 안된다’는 식의 기조를 밝힌 바 있다.

현 신임장관은 이 같은 대통령의 대북철학에 알맞은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구상인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10년 뒤에 북한 주민 1인당 소득을 3000달러가 되도록 지원한다는 ‘비핵·개방·3000’을 제안한 인물이다.

이처럼 지난 대선 때 MB 캠프에서 외교안보 분야 좌장 역할을 해 현정부 출범 이후 ‘통일호(號)’의 첫 선장으로 유력시 거론됐지만, 아무런 직책을 받지 못해 통일부 안팎에선 의아해 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같은 이유로 집권 초기 북한의 입장과 남한 내 좌파진영의 목소리에 대한 사전 정지작업이 필요했던 이 대통령이 ‘색깔’이 분명치 않은 김하중 통일부 장관을 인선해 북한과 남한 내 좌파진영의 입장을 저울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따라서 이번 현 신임장관의 인선은 지난 1년 대북정책에 대한 북한과 남한 내 목소리를 충분히 파악한 이 대통령이 자신의 대북정책에 대한 확신을 갖고 이후 보다 분명한 행보를 걸을 것이라는 사전포석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올해가 시작이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현 교수의 발탁은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정부는 북핵문제 해결에 따른 북한과의 관계정상화 추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직접대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오바마 정부는 북핵문제 등의 해결에 다양한 인센티브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현 교수는 이같은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과 상통하는 인물이다. 그는 특히 대북정책과 관련한 국제적 공조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민족끼리’보다 ‘국제적 공조’를 강조해 온 이 대통령의 대북 코드에 부합하는 인물인 셈이다.

그는 실제 지난해 7월 한 토론회에 참석, “북핵 불능화와 신고 및 검증이 잘 진행되면 이명박 정부는 ‘비핵∙개방∙3000’ 정책에서 일부분을 시행하게 될 것”이라며 “첫 번째로 북한의 교육과 생활향상을 위한 조치들이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현 교수는 “‘비핵∙개방∙3000’은 북한이 북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징후가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것”이라며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국제사회에 확인된다며 대규모의 남북경협의 과정에 들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 교수는 “북핵 2단계에서 국내적으로는 범정부적 추진 기구를, 남북 간에는 실무회담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남북경제공동체 추진을 위한 노력들이 있을 것이고, 3단계에서는 ‘3000’ 플랜의 구체화를 위한 국제협력 네트워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핵포기 의사가 확인되면 단계별로 경제·교육·재정·인프라·복지 등 5개 분야의 다양한 협력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는 정부의 대북구상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오바마 행정부와 함께 대북 유인책을 그가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이 발탁의 주요인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한편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경질은 대북정책에서 청와대와 코드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안팎의 중론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때 의전비서관과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역임했던 김 장관은 DJ의 ‘햇볕정책’의 사실상 지지 세력으로 분류돼 왔다.

지난해 DJ가 자리한 6·15 선언 관련 기념행사에 참석해 보수 인사들로부터 눈총을 받기도 했다. 지난 연말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통일부는 ‘대화를 전제로 한 남북관계 비전’을 강조했지만 이 대통령은 중·장기 대북 전략의 부재를 강도 높게 질책했다.

김 장관은 ‘금강산 피살사건’ ‘금강산·개성관광 중단’ ‘개성공단 제한조치’ 등 북한의 대남강경책 앞에서 이렇다 할 대북전략을 제시하지 못해왔다. 결국 이명박 정부 출범직후엔 과거 정부의 대북정책과 분명한 선을 긋지 못 한다는 지적을 받았고, 최근에는 ‘선(先) 남북대화’만을 주장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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