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北주민에 ‘자유·인권’ 선물했으면

새롭게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북한인권에 대한 공식 입장을 국제무대에서 처음으로 밝혔다.

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막된 유엔 인권이사회에 정부 대표로 파견된 박인국 외교통상부 다자외교실장이 “북한의 인권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에 대해 북한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힌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우리 정부는 총 5차례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참가했다. 노무현 정부는 그 중 2006년 북핵 실험이 있던 해를 제외하고는 불참(2003년) 또는 기권(2004·2005·2007)하며 북한인권에 사실상 침묵했다. 당시 우리정부는 ‘기권’ 이유에 대해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한 선택”이라고 변명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이번 연설에서 “유엔인권이사회는 중대한 인권 침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적절한 제도를 갖춰야 한다. ‘나라별 결의안’은 이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제도”라고 밝히며,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도 찬성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전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남북 간 화해협력이라는 기조아래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강조해 온 것에 비해 이명박 정부는 인권이라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에 더 비중을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남북관계에 있어 ‘실용주의’와 ‘상호주의’를 내세우며 북한인권에 대해 “할 말은 하겠다”, “인류 보편적 가치에서 접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때문에 이번에 우리정부의 입장 표명은 그 연장선에서 예측 가능했던 행보다.

유엔인권이사회 초대이사국이기도 한 우리정부로선 너무나 당연한 행보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전 정부가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의 문제를 북한의 눈치를 살피며 ‘남북관계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유난을 떨었던지라 당연한 일을 해놓고도 칭찬받는 격이 돼버렸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이미 5년여 전부터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유엔 차원에서는 수년째 ‘대북 인권 결의안’이 채택됐고, 인권특별보고관이 임명돼 활동 중에 있다. 북한인권 NGO에서는 김정일을 인권유린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고발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다.

이 5년의 시간동안 오직 노무현 정부만이 국제사회의 외침에 귀를 걸어 닫고 북한과의 ‘민족 공조’만을 지상과제로 삼았다. 국제사회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매년 1보씩 전진했다면, 한국 정부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오직 후퇴를 거듭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명박 정부가 뒤늦게나마 북한의 인권상황을 우려하며 행동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난 5년 간 국제사회의 활동에 동참하지 못해 뒤쳐졌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선 이명박 정부가 ‘인권 외교’라는 기치를 들고 쉬지 말고 쫓아가야 한다.

일단은 긍정적인 움직임들이 눈에 띈다. 이번에 유엔인권이사회 발언뿐만 아니라 통일부 내에 북한인권 및 납북자 국군포로 전담 부서를 설치하기로 한 것도 점수를 줄 만 하다. 북한인권에만 유독 등을 돌렸던 국가인권위원회가 얼마 전 올해 주요 사업목표로 ‘북한인권문제’를 제시한 것도 하나의 진전일 수 있다.

이러한 작은 움직임만으로 북한의 인권문제가 단시일 내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이러한 노력이 향후 5년 간 꾸준히 지속된다면 북한 김정일 정권으로선 가장 무서운 ‘채찍’이 될게 분명하다. 지난 10년 간 ‘당근’만 받아 챙겼던 북한으로선 적응하기 힘든 시기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표적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에서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개방에 나서면 남북협력에 새 지평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권문제 해결 없이는 삶의 질이 결코 높아질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지나온 역사에서 배워왔다.

때문에 예상되는 북한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북한인권과 남북관계는 별개”, “북한인권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다루겠다”는 원칙에서 후퇴하지만 않는다면, 이명박 정부는 인류 최악의 독재정권을 종식시키고 북한 주민에 자유와 인권을 선물한 지도자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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