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북정책 겨냥한 昌, 출마로 본격 압박 나서나?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 출마설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대선이 50일 앞으로 다가선 가운데 이 전 총재와 측근들의 면담이 줄을 잇고 있고, 각종 보수단체 집회에 참석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이면서 ‘출마설’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아직까지 이 전 총재는 자신의 대선출마 여부에 대해 확실한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중대결심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는 대선 판도에 막대한 영향을 초래한다. 특히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에는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교방송이 한국 오피니언 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전 총재 출마 시 이명박 후보 44.2%, 정동영 후보 20.4%, 이회창 전 총재 13.7% 순으로 조사됐다. 이 전 총재가 단숨에 지지율 3위로 급부상했다.

이 전 총재의 불출마 때(51.0%)보다 이 후보의 지지율은 6.8%포인트 하락했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도 28일 “보수층 20% 정도의 이탈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한나라당 내에선 이 전 총재의 뜻밖의 행보에 당황한 모습이다. 다만 1997년, 2002년 두 번이나 당 대선후보로 나왔던 이 전 총재가 과연 분열로 치달을 수 있는 과감한 수를 쓸 것인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높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50%를 상회하면서 한나라당의 집권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이 전 총재의 출마는 곧 보수층의 분열을 야기할 소지가 커 자칫 ‘정권교체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인 셈이다.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29일 “이 후보의 지지율이 50%를 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구성원이 방해를 해 당이 정권교체에 실패한다면 그는 역사 앞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총재의 출마로 정권교체에 실패할 경우 그가 감당해야 할 책임은 상상하기 어려울 공산이 크다.

반면 대통합민주신당을 비롯한 범여권은 반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국감을 통해 이 후보의 BBK 주가조작 의혹 등 도덕성 검증에 집중 포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세 반전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 전 총재의 출마는 한나라당의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정동영 대통합신당 후보도 29일 “한나라당이 내부 분열에 빠져들고 있다”며 “대변화가 임박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이 전 총재의 출마 결행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 일단 당 분열의 책임 부담이 만만치 않다. 실제 1997년 대선 당시 경선 과정에서 이인제 후보가 이탈해 지지층이 분산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집권에 어부지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9일 한겨레신문과 리서치플러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0%가 이 전 총재의 출마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 전 총재 측 이흥주 특보도 “(이 전 총재는)이 후보의 고공행진이 계속 이어질지에 대해 불안감이 퍼져 정권교체 보장에 고민하고 있다”면서 “1997년 정권을 넘겨준 것과 같은 ‘제2의 이인제’의 길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최근 이 전 총재의 행보는 당과 이 후보의 원칙 있는 대북정책에 대한 요구와 보수층의 이탈을 방지를 위한 사전 포석일 가능성이 높다. 이 전 총재는 강경한 대북정책을 당과 이 후보에게 주문한다.

실제 이 전 총재는 24일 ‘UN 창립 62주년 기념 대한민국 사수 국민대회’에서 “대한민국의 자유와 정통성을 지키겠다”면서 ‘先북핵폐기 後 경제협력’을 주장했다. 그는 “(대북지원은)핵을 가진 북한의 눈치를 보면서 달래자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이것은 전형적으로 굴종하고 조공을 바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번 남북정상선언에 대해 다소 긍정적 평가를 내린 한나라당과는 거리가 있다.

이 전 총재는 “북핵 폐기 없는 경협, 북의 개혁, 개방과 연계되지 않는 경협은 일체 반대하자”고 말해 “연말 북한의 불능화 이후 남북 경협을 논의하겠다”는 이 후보의 대북정책과도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전 총재는 “정치권에서도 대선에서의 표를 의식하여 소위 ‘수고꼴통’으로 몰릴까봐 몸조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북핵 포기 유도성 경협 논의를 주장하지만, 이 전 총재는 핵 포기 전에는 참여정부에서 지속된 대북지원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수 우파 세력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이 후보의 대북정책이 햇볕정책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이 후보는 호전되고 있는 남북관계와 미북관계 상황을 외면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 전 대표는 이와 관련 “(이 전 총재가)출마까지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 후보의 대북정책이 분명치 않은 이유가 가장 크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이 전 총재의 최근 움직임은 보수 우파를 대변해 이 후보의 대북정책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 후보의 유고시를 대비한다는 명분도 내놓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대선에서 자신의 역할을 확대한 후 내년 총선을 통해 정치적 재기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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