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광주사태’ 발언…범여권 “역사인식 한계 절정”

“5∙18사태 당시 최규하 대통령 권한대행과 중동 공사 수주 관계로 사우디에 있다 급거 귀국했다. 광주사태는 광주시민의 희생으로 완성된 사건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경선후보는 5일 광주 연설회 직전 기자간담회에서 “5∙18 당시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에 대해 범여권은 ‘사태’라는 표현이 군사독재 시절의 잔재라면서 이 후보가 역사인식의 한계를 드러냈다며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이 후보 측이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하 의도는 없었다. 자신을 ‘6∙3사태의 주역’이라고 설명하다 보니 다른 뜻이 없이 나온 표현”이라고 해명했지만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5∙16은 구국혁명”이라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박근혜 후보 측도 뜻밖의 호재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이혜훈 대변인은 “역사인식의 한계를 드러낸 절정”이라고 비난했다. 호남에서 이 후보와 상당한 지지율 격차를 보이는 박 후보 측으로서는 호남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호재인 셈이다.

범여권의 공세는 하루가 지나자 더욱 거세졋다.

민주신당 오충일 대표는 6일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최루탄 가스에 눈물 한 번 안 흘리고 피 한 방울 안 흘린 분이 지금에 와서 역사를 그렇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열린당 출신 범여권 대선주자들은 이 기회에 전체 지지율 1위 이명박과 범여권 지지율 1위 손학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총공세를 펼쳤다.

손 전 지사는 지난 3일 “광주에 갇혀 있을 수 없으며, 광주를 털고 가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동영 전 의장,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는 일제히 “한나라당의 출신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면서 “역사의식의 빈곤, 역사 인식의 부재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전 총리 역시 “대기업 큰 책상에서 노닐었던 그가 어떻게 그 희생의 역사를 다 알겠는가”라며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까지 부정하는 이명박은 더 이상 대통령 후보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정 전 의장도 신당 입당 회견에서 “광주에 대한 무지를 벗어난 무시고 신군부적 사고와 쌍둥이”라면서 “올 12월 선거가 광주학살 후예세력, 군부독재 잔존세력, 지역주의세력과의 마지막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가 정말 범여권의 주장처럼 과거 ‘개발독재’와 ‘군부독재’의 향수에 젖어서 이 같은 발언을 했다고 보는 정치권 인사는 없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초등학교를 국민학교로 서슴없이 말했던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이 후보의 역사인식을 한 마디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광주 정신을 훼손한다는 범여권의 지적은 대선구도를 ‘민주대 반민주 구도’로 몰아가려는 정치공세라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