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新한반도구상’이 ‘햇볕 베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비핵화를 전제로 대북경제협력 추진을 골자로 하는 ‘신(新)한반도구상’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10일 “북한이 본격적인 핵폐기 단계에 들어설 경우 북한이 경제를 자립할 수 있도록 남북경제공동체 협력협정을 체결해 남북경협을 활성화 할 것”이라며 ‘비핵∙개방∙3000’구상을 한층 업그레이드한 내용을 발표했다.

또한 ‘신 한반도구상’은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어 경제를 회생시키면 북한의 열악한 정치환경과 인권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략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즉 ‘核폐기→경제협력→北 경제회생→北 정상국가화’의 로드맵이 구상의 핵심.

이 후보의 대북정책 청사진을 기초한 것으로 알려진 남성욱 교수는 “이번 구상은 ‘조건’과 ‘대가’의 관계로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핵 폐기(조건)와 대규모 경제지원(대가)를 분명히 밝혔다는 것.

이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손에 쥐고 있는 ‘핵’만 버린다면 ‘황금’을 쥐어 주겠다”는 조건부 약속이다. 핵문제 해결을 최우선으로 앞세우는 이 후보에게 이는 엄격한 상호주의를 적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 핵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차기 정권 내에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지도 불확실하며, 핵을 포기하면 개혁개방에 나설 것이라는 전제도 아직은 기대에 불과하다. DJ-노무현 10년동안 ‘우리가 지원하면 북한이 변할 것이다’는 이상이 실패로 점철된 과정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이 후보의 신한반도구상은 적극적인 비핵화와 경협 의지를 표명한 것은 분명하지만 결국 김정일의 핵 포기와 개혁개방 결단을 조건부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북한의 행태는 이러한 비핵-경협 정책만으로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청와대는 시류에 편성하는 햇볕 따라잡기 일환이라고 비판했다. 유치하다고도 했다.

노 대통령은 11일 남북정상회담 관련 경제인 간담회 자리에서 “(친북좌파라고) 그렇게 폄하하고 모략했다가 어렵게 조성된 남북정상회담, 화해 무대에 달랑 승차권 한 장 들고 편승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천호선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신한반도구상 관련) 첫 기사를 보면서 ‘청와대 브리핑’이 나간 것이 아닌가 했다”면서 “우연의 일치인지, 베낀 것은 아니겠지만…”이라고 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도 11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정체성이 모호하다”면서 “이 후보의 사업가적 마인드에서 나온 전략이다”고 말했다. 이철승 헌정회 회장도 “핵만 해결된다고 대북 지원하겠다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전재성 서울대 교수도 “경제지원만으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기초를 다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경제주의적 발상”이라면서 “북한이 설사 핵을 포기할지라도 국제사회가 원하는 대로 개혁개방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이 후보의 신한반도구상이 강력한 비핵화 의지와 함께 북한의 민주화와 개혁개방을 촉진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수단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햇볕정책’ 실패의 재판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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