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며칠 앞둔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21일 최근 북한에 지원된 쌀이 전방 군부대에 유용되고 있다는 언론보도와 관련, “쌀 마대 한 두개로 유추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기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지난번 (군부대)쌀자루 보도 나왔을 때 느낀 것인데, 적십자사 마크 찍힌 쌀부대는 개성공단만 가도 많다”며, “실제 쌀이 들어있는지 뭐가 들어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대량으로 트럭에서 내린다면 의심의 여지 있지만 한 두 개로 유추하는 것은 무리”라고 덧붙였다.
이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노무현 정부의 대북 ‘퍼주기’라는 비판을 회피하기 위한 신중치 못한 처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의 조종익 사무차장은 “대북 지원 식량이 군부대로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번 언론보도 훨씬 이전부터 제기되어 왔던 것”이라며 “한국에 정착한 많은 탈북자들도 실제 북한에서 남한에서 지원한 쌀을 받아보지 못했다고 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고 비판했다.
조 차장은 “우리측에 의해 노출된 쌀 마대가 몇 개 되지 않는다고 해서 식량 유용 사실이 덮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퇴임을 얼마 남지 않은 장관이 그동안 자신의 치부를 덮기 위한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이 장관은 ‘마지막 통일부 장관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 안했나’라는 질문에는 “(통일부는)절대로 못 죽인다고 생각했다. 통일부 417호실에 제 사진이 걸리게 되어서 다행스럽다”고 답했다.
재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남북정상회담과 경의선 열차 시험운행을 꼽은 이 장관은, “북한 핵실험 이후 남북관계가 아득할 때 부임했는데, (재임기간 성과 중)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남북간 대화가 회복된 것”이라고 소회했다.
이 장관은 또 후임자인 남주홍 내정자를 만난 사실을 소개하면서 “남북관계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닫고 갈 수 없으며 새 정부도 분명히 그런 의지를 갖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관련 업무 및 조직이 지식경제부로 이관될 것이 유력시되는 것과 관련, “아직 개성공단이 제도와 법률체계를 못 갖춰 전문적인 정치적 대화를 통해 정착을 시켜 나가야 하는데, 인큐베이터에서 시장경제로 끌어낼 경우 잘 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2006년 12월 통일부 장관에 임명돼 약 1년2개월여 재직하고 있으며, 다음달 3일부터 자신이 총장으로 재직했던 성공회대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종교와 인간’ ‘성공회 신학과 역사’ 등을 강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