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통일, 남북회담중 盧-국정원장 면담

남북 장관급회담이 열리고 있는 와중에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30일 심야에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을 만났다. 다음날 아침 31일엔 비밀리에 청와대로 찾아가 노무현 대통령을 면담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남측 정보기관 책임자인 김 원장이 서훈 3차장을 대동하고 장관급회담이 열리고 있는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을 은밀히 찾아 장관과 밀담을 나눈 사실은 하루 늦게 밝혀졌다.

특히 이 자리에는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대북 밀사 역할을 한 서훈 국정원 3차장이 동행한 점이 주목된다. 때문에 일각에선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참사가 이번 회담 의제 이외의 ‘메시지’를 가지고 온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만약 남북 정상회담을 공식 채널을 통해 추진한다면 국정원과-통일전선부(통전부)가 막후 역할을 맞는다. 얼마 전 논란이 된 대통령 측근 안희정 씨를 통한 대북 비밀접촉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자 정부는 ‘비선라인’에 미련을 거두어 드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참사는 남북정상회담 이전부터 베이징에 머무르면서 남북 교섭 막후 역할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훈 차장도 한 때 그의 카운터 파트로 활동했다. 서 차장이 회담장에서 권 단장을 접촉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장관이 회담장에서 김 원장을 만나고 다음날 아침 남북 간 수석대표 접촉까지 뒤로 미루고 비밀리에 청와대로 달려간 것에 대해 여러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일각에선 쌀 차관문제로 북한과 막후 거래를 하기 위한 것 아니었겠냐는 추측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가 회담 시작에 앞서 쌀 차관 제공을 유보하기로 밝힘에 따라 북측의 반발이 예상된 상황이었고, 그에 따른 대응 전략은 사전에 준비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쌀 차관 제공과 관련한 문제라기보다는 북측이 김정일의 친서나 정상회담과 관련한 메시지를 전달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남식 통일부 홍보관리관은 1일 “국정원장이 온 것은 맞지만 통상적인 직원 격려차으로 예전 회담에도 왔었다”과 했다. 서 차장 동행에 대해선 “(남북회담 관련) 대책을 (함께) 세우는 멤버다. 서 차장은 필요시 오고 그런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 면담에 대해선 “이 장관이 노 대통령과 만난 것은 사실”이라며 “회담상황에 대한 보고를 위한 자리일 뿐 노 대통령으로부터 회담과 관련해 지침을 받은 것이 없다”고 통일부 당국자가 말했다. 하지만 회담장 안팎에선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북한은 회담 사흘째인 31일부터 대북 쌀 차관 제공이 지연되는데 대해 본격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면서 회담이 난항을 겪고 있다.

남북은 쌀 차관 문제 등을 가지고 밤샘협상을 벌였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이날 자정까지 공동보도문 초안조차 교환하지 못했고 평화정착과 남북철도 개통 등 회담 의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내각참사는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된 수석대표 접촉에서 “지난 제20차 장관급회담의 합의사항들을 남북이 성의를 갖고 이행해 왔는데 이 부분에 대해 이행이 지연되고 있다”며 쌀 차관 합의 이행 지연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고 고경빈 남측 회담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대해 남측은 신의로써 쌀 차관을 제공한다는 기존 입장을 확인하고 현실적으로 합의 이행이 어려운 상황을 설명한 뒤 문제 해결을 위해 쌍방이 방법을 찾자고 강조했다.

정부는 방코델타아시아(BDA) 북 자금 송금 문제로 2.13합의 이행이 지연되자 쌀 북송을 유보하고 있다. 고 대변인은 노 대통령과 이 장관간 면담 후 열린 브리핑에서 “쌀 차관 제공과 관련한 정부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남북은 예정대로라면 1일 오전 10시 종결회의를 열어 회담을 마무리한다. 북측대표단은 이날 오후 3시50분 인천공항을 떠날 예정이지만 현재로선 일정이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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