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통일 남북협력 ‘자화자찬’ 듣기 거북스런 이유

남북열차 시험운행을 하루 앞둔 16일 남북경제협력포럼 조찬포럼에 참석한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위풍당당했다. ‘한건 했다’는 자신감이 가득해 보였다.

‘통일부 장관 부적격자’ 오명을 쓴 채 지난해 12월 취임, 곧바로 ‘해임건의안’ 논란에 휩싸였던 모습과는 분명 달랐다. 이 장관은 이날 “국민들이 얼마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는지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내일은 정말 역사적인 날”이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남북간 쌓아온 깊은 신뢰가 만들어낸 결실은 평화를 이루는 시작”이라면서 그만의 ‘대북 낙관론’을 펼치기 시작했다. 낙관론의 근거는 늘어난 대북경협 수치(數値)였다.

이 장관은 “2000년 이전에는 남북 왕래 인원이 8천명이 안됐지만 작년 한해 10만명이 넘어 13배가 증가했다”면서 “개성공단은 제기능을 시작한지 2년만에 북한 근로자가 1만3천명이 넘었고, 누적생산량은 1억달러를 넘었다”고 말했다. “남북 해운합의서가 발의되면서 선박운행 횟수도 늘었다”며 일일이 숫자까지 들어 설명했다.

이 장관은 각 사안을 설명할 때마다 “남북이 화해와 교류협력을 위해 노력해 왔다는 증거” “남북간 신뢰의 깊이와 넓이가 증가하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남북열차 시범운행의 의미를 거듭 강조, “머지않아 땅, 바다, 하늘길이 모두 열리는 새로운 역사가 열릴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약 20여분간 계속된 이 장관의 발언에는 그러나, 뭔가 핵심이 빠져있는 느낌이다. 현 정부가 이뤄낸 가시적 성과와 낙관적 전망만 늘어놓았을 뿐, 이 장관이 말하는 ‘4년간 참여정부의 남북관계 발전’에는 남한을 ‘돈구멍’ 쯤으로 여기는 북한의 그릇된 인식이 배제돼 있었다.

남북왕래 인원 중에 자유롭게 남한을 방문한 북한 주민이 단 한 명이라도 있었는지, 북한 주민들과 아무런 제약 없이 대화를 나눠본 남한 방문객이 있었는지 이 장관에게 묻고 싶다.

개성공단이나 남북협력 사업 뒤에 우리 국민의 세금을 자신의 돈주머니로 생각하는 북한 당국의 고자세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알려진 바대로 북한이 ‘군사적 보장’ 아래 선심 쓰듯 베푼 남북 열차시범운행은 우리측으로부터 경공업 원자재 8천만달러 어치와 차관형식의 쌀 40만톤을 지원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기자의 판단이다. 그것도 일회성 운행을 위해서 들어간 돈이다.

지난 10년간 대북지원 총액이 8조6천억원에 이르고 노무현 정부만 해도 3조원을 넘었다. 그 사이 북한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남북관계는 물론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는데도, 이 장관은 “빈곤도 북의 핵실험 배경”이라며 지원을 못해 안달이었다.

끊어졌던 남북간 철길을 56년만에 다시 잇는 이번 시범운행은 상징적인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1회용 반짝쇼’에 불과하다면 수백억원을 들여 ‘철도 이벤트’를 개최한 것 외에 다른 의미는 없다. 열차운행은 그 상징성 만큼이나 우리 국민의 세금을 빨아들일 블랙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남북간 협력은 결국 북한의 비핵화와 개혁개방이 전제돼야만 부작용을 제거할 수 있다. 현재의 남북협력은 우리가 물자와 현금을 지원하지 않으면 그 시간부로 끝이 난다. 이러한 반쪽짜리 대북협력을 두고 자화자찬만 늘어놓는다면 이 장관을 부적격 장관 논란에서 구제하기는 아직 이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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