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통일 “김영남, 근본문제 한시간 가까이 연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수행해 방북했던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5일 브리핑에서 ‘2007 남북정상회담’에서의 남북 간 논의 과정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했다.

이 장관에 따르면 방북 첫 날인 2일 오후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노 대통령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간의 회담은 김 상임위원장이 근본문제를 제기하면서 상당히 경색된 분위기로 진행됐다.

이 장관은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요청으로 노 대통령이 평화정착 문제와 경제를 통한 공동번영 등에 대해 얘기했다. 이에 반해 김 상임위원장은 상당히 길게 준비된 원고를 읽어나갔는데 원고 내용의 중심은 남북 간 근본문제들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는(근본문제는) 상당한 논란과 토론이 필요해 해결하기 어려운 점도 있으며 몇 가지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의도 있었다”면서 “한 시간 가까운 연설을 들으면서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 지 답답한 마음을 가졌다”고 털어놓았다.

북측이 거론하는 근본문제란 일반적으로 국가보안법 철폐, 참관지 제한조치 해제,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설정 등인데 이날 김 상임위원장이 제기한 구체적 사안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노 대통령이 전날 방북결과 보고회에서 “처음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났는데 첫 회담을 마치고 정말 잠이 오지 않았다”며 “제 느낌이 양측 간 사고방식의 차이가 엄청나고 너무 벽이 두터워서 무엇 한 가지 합의할 수 있을 지 눈앞이 깜깜한 느낌이었다”고 밝힌 이유가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근본문제 제기에 있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 장관은 회담 이틀째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첫 단독회담의 경우 양측은 준비내용에 대해 솔직하고 정확하게 의견을 전달했지만 몇 가지 개념 차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며 자주 및 개방.개혁에 대해 시각 차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오해에 대해 쌍방 간 이해를 돕기 위해 노력했고 오전 대화 과정에서 오해가 해소됐다고 생각한다. 이를 바탕으로 오후 희의가 진행됐으며 그래서 구체적.실질적 의제를 놓고 토의하면서 합의했고 이것이 결국 회담 성공에 이르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전날 보고회에서 “통일장관을 비롯해 북측과 회담을 많이 한 분들이 위로하면서 ‘그 분들이 항상 본시 군기를 그렇게 잡으니까 말하자면 기세싸움을 한 것이지 꼭 안된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내일 김정일 위원장을 한 번 만나보자. 그 때까지 너무 실망하지 말고 용기를 가지라’고 격려해 줘 기대를 걸고 김 위원장을 만났다”고 말했었다.

한편 이 장관은 김정일 위원장이 회담 이틀째인 3일 갑작스럽게 체류연장을 제안한 배경에 대해서도 나름의 분석을 내놓았다.

이 장관은 “한국 풍습에 ‘손님오면 환대하기 위해 하루 더 묵고가시죠’라며 호의로 요청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것으로 이해했다”면서도 “3일 오후에 계속 비가 오니 김정일 위원장 생각으로는 저녁에 아리랑공연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해 아리랑공연 관람이 체류연장 제안의 이유일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을 뒷받침했다.

그는 “(김정일 위원장이) 직원을 불러 저녁 날씨가 어떻게 될 것 같으냐고 묻기도 했다”고 소개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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