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통일 `장관직 한달’ 어떻게 보냈나

“겁이 날 때가 많다. 장관이라는 무한책임의 중압감도 있다. 짧은 시간에 전략적 판단이 요구되는 쉽지 않은 자리임을 느꼈다.”

취임 한 달을 보낸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이 10일 밝힌 ‘느낀 점’이다.

지난 달 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사상편향’ 논란을 뚫고 나흘 뒤인 10일 취임한 이 장관은 각계 각층에 두루 취임 인사를 하며 운신의 폭을 넓히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스킨십으로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데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그의 정책방향은 몇 가지 주제어로 요약할 수 있다.

통일부 조직 내에서는 ‘혁신’을, 밖으로는 ‘국민 속으로’를 강조했고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종전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긴 호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내에서는 3주 연속으로 주말마다 간부 브레인스토밍에 이어 혁신워크숍을 주관하면서 혁신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었다. 조직개편을 통해서는 팀제를 전면 시행하고 인사와 교육기회에 있어서는 공정성을 강조했다.

회의시스템도 토론을 강조하고 아이디어를 짜내는 쪽으로 바꿨다.

다만 통일부 일각에서 필요성이 제기됐던 1급 인사는 보류했다. 그는 이에 대해“사표를 받아 조직을 장악하는 방식은 쓰지 않겠다”며 두고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외적 활동 반경도 넓혀나갔다. 취임 직후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을 예방한 데 이어 김수환(金壽煥) 추기경과 조계종 지관 총무원장 등 7대 종단 원로들을 찾아가 의견을 나눴다. 지난 2일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으로서 첫 회의를 갖기도 했다.

8일 주한 미 대사를 만난 것을 비롯해 주변국 대사와의 상견례도 시작했다.

남북관계에서는 제7차 적십자회담과 제3차 장성급회담을 치렀지만 오히려 다소보수적인 느낌마저 들게 한다.

실제로 그는 장성급회담과 관련, “호흡을 길게 갖고 성심껏 하는 게 중요하다”며 “어제보다 나은 관계가 돼야 하지만 당장의 성과를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눈 앞의 실적보다는 실사구시를 바탕으로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국민 속으로’ 정책을 아직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혁신워크숍에서 실국장들이 언론을 상대로 충분히 설명하되, 팀장 이하는 언론과의 접촉을 자제할 것을 지시하면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업무적으로는 너무 꼼꼼하다는 평이 적지 않다. NSC에서 참모 역할을 하면서 몸에 밴 업무스타일 때문으로 보인다. 아울러 보스 기질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 자신도 “숫기가 좀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 장관은 이 달 말 남북장관급회담 데뷔를 앞두고 있다. 통일부의 모토처럼 된 ‘국민 속으로’가 대북 정책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얼마나 고른 국민들의 지지를 확보할 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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