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北인권’ 입으로만 외치고 있다”

▲ ‘북한민주화운동본부’ 김태진 대표 ⓒ데일리NK

“이명박 정부는 ‘북한인권 상황이 어떻다’는 말은 많은데 정책이나 정부 조직 구성, 예산 부분에서 우리가 만족할 부분을 찾아 볼 수 없다. ‘북한인권’을 입으로만 한다는 느낌이다.”

김태진 ‘북한민주화운동본부’(운동본부) 대표는 16일 ‘데일리엔케이’와 인터뷰에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이명박 정부의 행보에 대해 이 같이 답했다.

여러 탈북자 단체 중 북한의 인권과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가장 활발한 활동력을 보여준다고 안팍의 평가를 받고 있는 ‘북한민주화운동본부(운동본부)’의 김태진 대표를 서울 개포동에 위치한 단체 사무실에서 16일 만났다.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되기 전 김 대표는 좌파 정권에서 우파 정권으로 정권이 교체돼 주변에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환경이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자신은 그리 낙관하지만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이명박 정부가 ‘북한인권’을 거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보여준 게 없다는 것.

이와 함께, 김 대표는 그동안의 단체 활동과 관련해 “그간 정치범수용소를 경험한 개개인이 그 실태를 고발하고 증언하는 것이 중심된 활동이었다”며 “그러한 활동은 북한 수용소의 실태를 세계에 알리는데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 북한 정치범수용소를 해체하기 위한 단체를 결성해 연대활동을 추진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대표는 “5년차 단체로서 운동본부는 체계를 갖춘 활동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에 따라 3월에 북한 구금시설에서의 고문 실태를 조사했고, 지난 13일에는 일본에서 결성된 ‘북조선 강제수용소를 없애는 액션모임’에 12명의 운동본부 회원들과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5년간 단체 활동을 하면서 어려움도 많았다”고 회고한 뒤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은 20~30만 명으로 추정되는 북한 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다는 점과, 우리가 그들을 도와야 한다는 사명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운동본부는 2003년 ‘정치범수용소해체운동본부’로 출발했으나, 당시 통일부에서 ‘김정일을 자극하는 명칭’이라는 이유로 단체등록에 난색을 표해 ‘북한민주화운동본부’로 명칭을 변경한 바 있다.

때문에 운동본부는 최근 단체의 목적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 ‘정치범수용소해체운동본부’라는 이름을 다시 찾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음은 김태진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

– 운동본부가 결성된 지 만 5년이 됐다. 그간 활동을 돌아본다면?

“5년 동안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고, 단체의 방향성이 흐트러진 때도 있었다. 하지만,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은 20~30만으로 추정하고 있는 북한 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다는 점과, 우리 단체는 비인간적인 처우를 받고 있는 그들을 도와야 한다는 사명이다. 특히 우리는 그 곳에서 살아봤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앞장서서 일해야 해야 한다.”

– 북한 정치범수용소하면 강철환 씨나 안혁 씨가 먼저 생각난다.

“그간 정치범수용소하면 강철환과 안혁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수용소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강철환 한테 질문하면 된다’고 할 정도였다. 그만큼 활동 초기에 강철환과 안혁의 개인활동이 중요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개인 강연회나 증언보다 체계를 갖춘 활동이 필요하다. 3월에 우리는 북한의 구금감금시설에서 자행되는 고문 실태를 조사해 발표했다. 앞으로는 UN이나 국제사회에 북한 수용소 현실에 대한 조사 자료를 전달하는 사절단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그동안 우리는 수용소의 실태를 고발하고, 증언하는 활동에 힘써왔다. 하지만 시간과 공간 부족으로 우리의 내용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다고 평가된다. 해외에서의 활동은 우리가 영어가 부족해 어려움이 많다. 신뢰하는 통역과 동행해도 우리가 하고 싶은 만큼 설명할 수 없었다. 마치 ‘샌드위치 속’과 같은 느낌이었다. 앞으로 우리는 스스로의 활동 능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지난 13일에 일본에서 결성된 ‘북조선 강제수용소를 없애는 액션모임’에 참여했던 것도 그런 문제인식의 연장이었다. 일본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미국, 독일까지 정치범수용소를 해체하기 위한 국제적 연대 활동을 벌여갈 것이다.”

-일본의 ‘북조선 강제수용소를 없애는 액션모임’은 어떤 단체인가?

“‘북조선 강제수용소를 없애는 액션모임’은 영어로 ‘No Fence In North Korea’, 짧게 ‘No fence’라고 부른다. 오자와 모쿠리 씨와 수나가와 쇼우준 씨가 공동대표로 결성된 단체인데 우리와 목적이 같다. ‘No fence’도 북조선에 존재하는 강제수용소를 하루 빨리 해체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공통된 목적을 갖고 있다. 교류하고 앞으로 공동의 활동을 계획한다는 의미에서 수용소 경험자, 고문 피해자 12명 참가단이 13일에 다녀왔다. 2박 3일간 강한 연대의식을 느꼈다.”

– 새롭게 출발하는 운동본부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

“2007년 11월 28일 대표로 취임했다. 조직 구성은 대표, 부대표, 사무국, 정책팀, 조직팀, 홍보팀, 여성복지팀으로 6명이 사무실에 나와 일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사무실은 기존 사무실을 더 이상 쓸 수 없는 상황이 돼서, 뜻을 같이 하는 수용소 출신 탈북자 6명이 100만원씩 600만원을 모아 이사했다. 지금은 월운영비도 개개인이 돈을 모아 활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운동본부가 독자적인 활동을 하기에는 힘든 상황이여서,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북한인권 단체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03년 처음 단체를 만들 때 ‘정치범수용소해체운동본부’로 출발했다. 하지만, 당시 통일부에서 ‘김정일을 자극하는 명칭’이라는 이유로 단체등록에 난색을 표해 ‘북한민주화운동본부’로 명칭을 변경했었다. 이제는 단체의 목적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 통일부에 다시 ‘정치범수용소해체운동본부’로 명칭 변경을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