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이념적 정체성 세워야 위기극복”

▲ 사회평론가인 복거일 씨는 현재 이명박 정부에게 닥친 혼란은 ‘이념적 정체성’이 모호한 데서 닥친 것이라고 진단했다. ⓒ데일리안

사회평론가이자 소설가인 복거일 씨는 11일 “현 정권이 위기를 맞은 본질적 요인은 이념적 정체성의 혼란”이라고 규정하고, 현재의 위기 극복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이념적 정체성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 씨는 이날 뉴라이트재단(이사장 안병직)이 ‘이명박 정부의 위기와 기회’라는 주제로 주최한 긴급 시국토론회에 앞서 배포한 발제문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이념은 한 사회의 성격과 모습을 다듬어내는 데서 핵심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자연히 지금 우리 사회의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한 진단도 이념적 차원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시민들로부터 받은 근본적 위임사항은 지난 10년 동안 좌파 정권들 아래서 많이 훼손된 자유주의 원리를 회복하라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현 정권의 자유주의에 대한 냉담은 지지 계층의 이탈을 불렀다”고 진단했다.

복 씨는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라는 대한민국의 이념과 체제를 기회가 나올 때마다 강조하고 그것들을 지키고 다듬어나가야 한다”며, 그러나 “이 대통령은 원래 이념에 대한 인식이 깊은 정치가 아니고, 이념이란 말을 쓸 경우에도 대체로 그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다”고 꼬집었다.

이로 인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빠르게 낮아지고 정권의 계획을 실행할 정치적 동력이 거의 사라지는 등 돛을 올린 지 채 넉 달이 못 된 이명박 정권은 큰 위기를 맞고 있다”며 “이런 위기를 맞아 이 대통령은 지도력을 효과적으로 펼치지 못하고 내각과 여당은 능력도 기력도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고 쓴 소리했다.

또한 “우리 경제가 건강을 되찾고 힘차게 성장하려면 자유주의적 경제 개혁이 추진되어야 하는데 지금 현 정권은 그런 개혁을 밀고 나갈 의지도 없고 정치적 동력도 지니지 못했다”면서 “자유주의 정권이 들어서기를 열망했던 시민들은 당연히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의 마음을 특히 쓰리게 하는 것은 노무현 정부의 실패와 선거에서의 패배로 주눅 들었던 민족사회주의자들이 생기를 되찾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사회를 뒤흔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도 실은 그런 움직임의 한 부분으로 비록 광우병에 대한 두려움으로 촉발됐지만, 결과적으로 무역자유화를 반대하는 세력이 핵심이라는 점에서 그 운동은 본질적으로 자유주의적 경제개혁을 반대하는 움직임”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이 대통령은 이념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며 “그는 자유주의 덕분에 성공했지만, 지금까지 자유주의를 위해 뚜렷이 노력한 적은 드물다. 즉, ‘이념적 무임승차자’로 살아왔다”고 힐난했다.

이 대통령이 내세우고 있는 ‘실용’에 대해서도 “실용은 큰 뜻을 담기에는 너무 모호하고 소극적”이라며 “실용은 새로 나라를 이끌게 된 대통령이 자신의 생각과 꿈을 담아내기에는 아무래도 미흡한 느낌이 드는 개념이다”고 평가했다.

복 씨는 “대통령이 내리는 어떤 정책이나 결정도 이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뿐더러 이념적 바탕이 없으면 논리적 일관성을 지닐 수 없다”며 “(이 대통령은) 이제부터라도 달라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지금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정치 지도자는 자유주의를 굳게 믿고 실천하려는 사람”이라며 “자유주의에 따른 경제 개혁으로부터 잃을 것이 있는 사람들이 개혁에 거세게 저항할 때 이념이 주는 이론적, 심리적 도움이 없으면 과감한 개혁을 지속적으로 펼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복 씨는 “이 대통령은 이념에 대해 보다 깊은 관심을 지녀야 하며,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따르고 옹호하는데 보다 적극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나아가 우리 사회의 이념적 편향을 바로잡는데 자원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도전하고 그 역사를 폄하하는 활동들을 정부가 지원하는 일들을 먼저 끊어야 한다”며 “’인권보호’나 ‘과거사 바로잡기’라는 명분아래 반체제 활동을 미화하고 심지어 금전적 보상을 하며 대한민국의 역사를 왜곡하는 일이나 정부의 문화예산이 반체제적 예술작품들에 대한 보조금으로 쓰이는 일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좌파 이념에 따라 만들어진 왜곡된 교과서를 바로잡고, 대중매체의 편파적 정보 전달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북한으로부터 나오는 선전선동에 맞서는 정부의 조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지금 이명박 정권은 점점 늘어나는 적군에 포위되어 활로를 찾고 있다”며 “포위된 부대의 지휘관은 무엇보다도 부대의 일체성을 지켜야 하는데 정치적 집단의 일체성에서 근본적 요소는 이념이라고 할 수 있다”고 비유했다.

끝으로 그는 “이념적 일체성을 이룬 정권으로 바뀌지 않으면, 위기를 헤치기 어려울 뿐더러 자유주의적 경제개혁도 이룰 수 없다”며 “이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이념의 본질적 중요성을 깨닫고 자신이 체득한 자유주의와 정의로움에 대한 믿음을 굳게 함으로써 정권을 정체성을 새롭게 하고 법의 권위를 지키는 일을 저항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발제문 전문 보기

한편, 뉴라이트재단 주최로 서울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리는 이날 토론회에는 사회평론가이자 소설가인 복거일 씨와 뉴라이트재단 안병직 이사장, 바른사회시민회의 박효종 공동대표가 당면한 정국 혼란의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이재교 뉴라이트재단 이사가 각각 토론에 나선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뉴라이트재단과 자유주의연대의 통합선언도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