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쟁점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국회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와 관련 “회의실 문을 부수는 해머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때리고 제 머리와 가슴을 때리는 것 같이 아팠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12일 새해 첫 라디오 연설을 통해 “지난 주 외국 신문과 방송에 해머와 전기톱이 등장하고 서로 뒤엉켜 심한 몸싸움을 벌이는 우리 국회 사진들이 보도되는 것을 보며 참으로 놀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사진보다 제가 더 충격을 받은 것은 해외 토픽감으로 소개되는 그런 폭력이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흔한 일이라고 하는 기사의 내용이었다”며 “어떻게 이룬 민주주의인데 이렇게 국제적인 경멸의 대상이 되다니, 대통령으로서 정말 부끄러웠다”고 국회 폭력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국회에서 벌어진 폭력사태에 대해 아이들이 보면 어쩌나, 외국인들이 보면 어쩌나, 마음을 졸인 것이 비단 저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민주주의와 폭력은 결코 양립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통령은 또한 “대한민국의 지난 60년은 민주화의 역사였고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이룩한 우리의 민주주의는 눈부신 산업화에 못지 않은 세계적인 자랑거리”라며 “이번 국회의 폭력 사태는 우리의 자부심에 찬물을 끼얹을 뿐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년 우리는 OECD 각료 회의 의장국이 되었고, G20정상회의 공동의장국이기도 한데 이런 모습을 가지고 어떻게 의장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정말 앞이 캄캄했다”며 “선진일류국가는 결코 경제적 GDP만 올라간다고 이룰 수 없다. 정치의 선전화가 따라주지 않으면 선진화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회는 언제 어떤 경우에도 평화와 법질서의 상징이자 보루가 되어야 한다”며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긴 하지만 이번 일을 국회 스스로 개혁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국민들은 다시 희망을 가질 수가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어 “대통령으로서 저도 이번 일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런 면에서 국민 앞에 다시 한번 저의 결심을 다지고자 한다. 인기발언이나 하면서 행동하지 않는 대통령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 무슨 정책을 내놔도 계속 반대만 하는 사람을 보면서 참으로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다”며 “분열을 조장하고 통합을 가로막는 ‘정치적 양극화’야 말로 ‘경제적 양극화’ 못지않게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이자 극복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