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을 통과하는 가스관을 통한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 사업과 관련 “지금은 어려운 시점이지만 북한도 (이 사업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생각하는 만큼 북한에 대한 설득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25일 청와대를 예방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에게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 프로젝트가 성사되면 북한에 상당액을 지불하게 돼 북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런 협력을 통해 관계를 개선해 나가면 북한을 국제사회 일원으로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배석한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이 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에 대해 “북한은 쉬운 상대가 아니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또한 6자회담에 대해 “러시아가 그동안 역할을 잘 해온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어려움이 있지만 앞으로 6자회담을 통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데 많은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라브로프 장관도 “우리의 공동목표는 한반도 비핵화에 있으며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안보협력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노력하겠다”며 “6자회담 재개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화답했다.
그는 특히 최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우리는 (이런 행동을)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그래서 북한이 로켓 발사를 하지 않도록 설득 작업을 벌였다”고 강조했다.
다만 “북한은 현재 ‘고립화된 요새’와 같은 상황인 만큼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문제해결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북제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편,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 23~24일 방북과 관련 “러시아가 북한 위성을 대신 발사해주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북측은 ‘우리도 나름대로 할 수 있다’고 거절했다”고 전했다.
앞서 24일 유명환 라브로프 장관은 외교통상부 장관과의 회담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지금 제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목표는 6자회담을 재개하는 것이다. 9·19 공동성명에 나와있는 의무를 모든 관련국들이 자기 나름대로 꼭 실현해야 한다”며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했다.
그는 “북한은 당장은 6자회담에 복귀할 용의가 없다”면서 “평양에서 회담을 가진 뒤 북한측이 919공동성명에 나와있는 원칙을 재확인할 준비가 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방북 당시 김정일과의 면담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성사되지는 못했다. 김정일이 라브로프 장관의 면담을 거부한 것은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의장성명에 찬성한 데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