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첫訪美…‘가치 신뢰 평화’ 추구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취임 후 첫 해외순방길에 오른다.

이 대통령은 이번 미국 방문에서 한미동맹 강화와 북핵문제,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실리외교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방미의 최대 목표는 과거 정권에서 훼손된 한미동맹을 재정비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지난 11일 “다음주에 개최될 한미 정상회담에서 긴장됐던 한미관계를 회복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13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도 이 대통령은 “미국과 일본 순방은 새 정부가 추구하는 실용외교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전통적 우방들과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집중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방미 일정을 보면 18일 이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 전문가 15명과의 조찬 간담회,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을 잇따라 접견한다.

같은 날 한국 대통령으로선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의 공식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 초청된 이대통령은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한미 현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이어 19일에는 이번 방미의 백미인 한미정상회담과 공동 기장회견이 예정돼 있다.

이 대통령은 기회있을 때마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역설해왔고 부시 대통령도 새정부와 한미관계 개선에 기대를 표시한 만큼 전망은 밝다. 이에 따라 양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한미동맹 발전 방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 전통적 우호관계에서 전략적 동맹관계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데일리엔케이’와의 통화에서 “이번 회담에서 미래지향적 한미동맹에 대한 방향성이 주로 다뤄질 것”이라며 “한미정상은 가치∙신뢰∙평화구축 동맹에 대한 의견을 공유, 대내외 한미간 동맹관계 구축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안인 북핵 문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싱가포르 회담 직후 미국과 북한이 핵 프로그램 신고에 대한 잠정합의를 도출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에 대한 한미간 의견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 정상은 북핵불용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및 북한의 모든 핵무기 프로그램 폐기에 의견을 같이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이 대통령은 ‘비핵∙개방3000’ 구상을 설명하고 미국측의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북핵불용’이라는 원칙에 재합의하고 전략적 상호주의 원칙에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 싱가포르 미북 ‘잠정합의’에 대해 비판론이 일고 있는 만큼 ‘합격’ ‘불합격’ ‘재시험’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면서 “다만 철저하고 정확한 핵신고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결단을 촉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 정상은 또 남북관계 발전이 한반도의 평화와 직결된다는 점에 공감하면서 남북, 미북 관계 발전을 위한 공동노력을 다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핵 신고 이후 남북관계 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이 논의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한미공조를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이 13일 통미봉남(通美封南)에 대해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은 성공할 수 없다”며 “미국과 우리는 전통적인 동맹관계일 뿐 아니라 대북 핵문제 전략에서도 함께 해나갈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지난 10년간 한국정부가 금기시 해온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언급이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수차례 “인류 보편적 가치 차원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언명해왔고, 미 국무부 내에서도 북한인권 개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이같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지난 9일 “북한의 인권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핵신고 등 북핵문제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 정상이 인권문제를 직접 다룰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 대테러 국제연대, 평화유지군(PKO), 기후변화, 인권∙민주주의 증진 등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함께 UN 등 다자외교 무대는 물론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경제∙안보 협력 강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 재조정, 아프가니스탄 파병,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 미사일 방어(MD) 프로그램, 핵확산방지구상(PSI) 등의 현안도 논의가 예상된다.

이와 관련, 한 민간연구소 연구원은 “쇠고기 개방과 아프간 파병 등은 우리 측에서, FTA와 비자면제 등에서는 미국 측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주고받기 식’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PSI, MD 등 남남갈등을 촉발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밖에 ‘경제 대통령’을 지향하는 이 대통령은 이번 방미를 통해 ‘세일즈 외교’에도 주력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보면 뉴욕증권거래소 방문, 미국 경제인 주요인사 초청 오찬, 한국 투자설명회, 미 상공회의소 주최 CEO 라운드 테이블, 미 상공회의소 및 한미재계회의 공동주최 등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귀국길에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20-21일), 일본의 대한 투자확대와 부품소재산업 기술이전을 요구하는 등 한일무역적자 해소방안을 마련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