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여기가 독도”, 부시 “나도 압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세번째 정상회담이 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렸다.

지난 4월 이 대통령의 방미에 대한 답방 차원에서 이뤄진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오랜 친구를 만난 듯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만나자마자 서로를 끌어안으며 우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만남은 지난달초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도야코(洞爺湖)에서 열린 G8(선진8개국) 확대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가진 `간이 정상회담’ 이후 한달만이다. 특히 부시 대통령의 방한은 새 정부 출범후 처음이어서 관심을 더했다.

◇새 정부 첫 공식환영식 = 전날 오후 전용기 `에어포스 원’을 타고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별다른 일정없이 시내 한 호텔에 마련된 숙소에서 일행들과 휴식을 취한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전담경호대’의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오전 9시 30분께 청와대에 도착했다.

이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는 부시 대통령 일행이 도착하기 2분전부터 청와대 본관 현관 앞까지 내려와 기다렸으며, 부시 대통령이 승용차에서 내리자 재회의 기쁨을 함께 했다.

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다가가 포옹을 한 뒤 로라 부시 여사와 악수를 하고 장녀 바바라 부시와도 포옹을 했다. 특히 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약속이나 한 듯 푸른색 넥타이를 매 눈길을 끌었다.

이어 양 정상 내외는 함께 청와대 본관 앞 대정원으로 이동, 새 정부 출범후 처음으로 열린 외국정상 공식환영 행사를 지켜봤다.

약 10여분간 열린 행사에서는 미국 국가와 우리나라 국가 연주를 시작으로 국방부 최용석 중령이 이끄는 273명 군악대의 장엄한 연주가 뒤이어 펼쳐졌다. 군악대는 육해공군 악대와 함께 전통군악대, 기수단, 전통의장대, 취타대 등으로 구성됐다.

부시 대통령은 환영행사 후 참석한 초등학생 100여명에게 인사한 뒤 우리측 수행단과도 일일이 악수했고 이 대통령도 미국측 수행단과 악수했다.

공식 환영행사 후 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함께 본관 집현실로 이동, 9시 45분부터 세번째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두 정상은 본관 2층 집현실로 향하면서 1층과 2층 계단 사이 벽에 걸린 한반도 지도를 보면서 최근 미 지명위원회(BGN) 표기 변경으로 논란이 된 `독도’를 언급했다.

이 대통령이 독도를 가리키며 “이것이 독도입니다(This is Tokdo island)”라고 하자 부시 대통령이 웃으면서 “나도 압니다(I know Tokdo island)”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에는 미측에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와 조슈아 볼튼 비서실장, 제임스 제프리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 케빈 설리번 홍보보좌관, 데이너 페리노 대변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데니스 와일더 NSC 선임보좌관이, 한국측에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이태식 주미대사, 정정길 대통령실장, 김성환 외교안보수석, 박병원 경제수석, 이동관 대변인, 김 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이 각각 배석했다.

양 정상이 회담을 하는 동안 김윤옥 여사와 로라 부시 여사는 따로 마련된 환담장에서 지난 캠프데이비드에 이어 두번째 `한미 퍼스트레이디 회담’을 가졌으며 이어 경복궁내 국립민속박물관을 함께 둘러보기도 했다.

◇”짧지만 의미있는 만남” = 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오전 9시 45분 시작돼 당초 예정보다 10분 가량 길어진 10시 55분께 끝났다.

두 정상은 진지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한미동맹 강화, 북핵문제,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조기 비준 등 양국간 주요 현안과 함께 기후변화 등 범글로벌 이슈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길지 않은 시간이었으나 두 정상이 친분을 다지며 양국 현안에 대해 충실하게 의견을 나눴다”면서 “지난 두차례 정상회담 때보다 더 의미있는 만남이었다”고 평가했다.

회담 직후 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청와대 녹지원 야외 잔디밭에 마련된 공동기자회견장으로 향했다. 양 정상은 승용차에서 내려 연단까지 걸으면서도 계속 웃으면서 서로의 등을 두드리며 환담하는 모습을 보여 회담 분위기가 좋았음을 추측케 했다.

회견장에는 유명환 장관, 정정길 실장, 이태식 대사 등 우리측 인사들과 버시바우 주한대사,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 등 미국측 인사들이 미리 도착해 기다렸으며, 한미 양국 취재단 100여명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과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의 공동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 중에도 양 정상은 자주 서로를 쳐다보며 미소를 주고 받았으며, 특히 부시 대통령은 때때로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농담 섞인 발언으로 회견 분위기를 살리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은 한국 기자가 아프가니스탄 파병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에게 질문하자 “마치 미국 언론인들 같다”고 폭소를 터뜨렸으며, 이 대통령도 웃으면서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부시 대통령이 해야 할 것 같다”고 받아넘겼다.

이어 이 대통령이 이 문제와 관련,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대답하자 부시 대통령은 이를 받아 “논의했다”며 부인하는 듯 하더니 곧바로 “한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기여한 것에 대해 감사의 말을 전했다”면서 “유일하게 말한 것은 비군사 지원”이라고 확인, 웃음을 자아냈다.

뜨거운 햇살 아래서 진행된 20여분간의 회견이 끝나자 부시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이제 그만 그늘을 찾아가는 게 어떠냐”고 농담을 던졌고, 이 대통령도 미국측 수행기자들에게 “그늘을 찾아가라”고 권유했다.

양 정상은 회견장을 떠나면서 또다시 어깨동무를 하며 승용차까지 걸어갔으며 이어 티타임을 가진 뒤 상춘재에서 오찬을 함께 했다.

오찬 메뉴로는 삼색전과 게살차조무침, 잣죽, 은대구구이, 궁중신선로, 한우갈비구이, 미국산 안심스테이크, 밥과 두부국, 계절과일, 녹차 아이스크림, 메밀차 등이 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미국산 안심스테이크를 식단에 포함시킨 것은 부시 대통령을 배려한 것이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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