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감사 축전을 받은 ‘소설 김정일'(시대정신刊)의 저자인 림일 씨는 “대통령이 말하는 ‘북한인권’은 그 파급력이 분명히 다르다”면서 “대통령이 책을 읽고 북한인권 발언을 한다면 국민들에게 북한실상을 쉽게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림 씨는 지난달 12일 청와대 초청으로 정성산, 장진성 씨 등 탈북자 문인들과 함께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박인주 사회통합수석에게 ‘소설 김정일’을 건네며 이 대통령께 전해줄 것을 부탁했었다.
당시 자리는 탈북문인들을 중심으로 ‘망명북한펜(Independent North Korea PEN)’이 세계문학작가 단체인 ‘국제펜클럽’에 공식 가입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됐었다.
이후 지난달 28일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통일에 대한 의지를 심어주시는데 대해 감사와 격려를 드린다”는 축전을 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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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 씨는 당초 대통령의 반응까지는 기대하지 않고 ‘밑 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박 수석에게 책을 건넸다고 한다.
‘특별우편’으로 배달된 이 대통령의 ‘깜짝’ 축전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이런 관심을 받아서 감사하다. 대통령 축전 받아본 사람이 몇이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소설 김정일’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라고 소개하며 “이 대통령이 ‘짬’이 날 때마다 본다면 북한인권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말하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 8월 북한전문 도서출판 시대정신이 펴낸 ‘소설 김정일’은 주인공들이 평양에서 김정일을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북한 체제에 감춰진 비밀을 벗겨낸다는 내용의 소설이다.
29년간 평양에서 살았던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평양 거리와 건물, 가정집 내부와 국영상점, 시장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돼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살상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하겠다.
림 씨는 1968년 평양에서 태어나 ‘사회안전부’, ‘대외경제위원회’ 등을 거쳐 1996년 쿠웨이트 주재 ‘조선광복건설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1997년 3월 한국으로 망명했다.
그는 이 대통령에 대한 서운한 속내도 감추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북한인권에 대한 획기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아직 뚜렷한 변화가 없다. 특히 북한인권법은 아직 국회에서 계류 중”이라며 “진보 정부에서도, 그리고 보수 정부에서도 이 법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도대체 누가 한다는 말인가.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약 1년여의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이 좀 더 신경을 써 줬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밝혔다.
림 씨는 대통령을 포함해 독자들에게 ‘소설 김정일’의 ‘자유여행’ 챕터를 주의 깊게 읽어 줄 것을 당부했다. 주인공들이 김정일의 배려(?)로 평양 시내를 하루 동안 ‘자유여행’한다는 내용으로 주인공의 눈을 통해 평양의 속살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소설에 묘사된 평양은 ‘자립경제’라는 구호 아래 외화상점이 들어서 있고, 김일성 부자 초상화만 덩그러니 걸려있는 가정집에는 살림살이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더러 돈 많은 부자들은 양손 가득 물건을 사들고 다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궁핍한 모습이다. 그의 오랜 평양 생활 경험이 빚어낸 묘사다.
림 씨는 “주인공들은 하루 동안 재래시장·외화상점·일반상점·살림집 등을 자유롭게 활보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비참한 삶을 목도한다. 평양 그대로의 모습을 통해 북한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했다”고 소개했다.
림 씨는 다음 작품도 소설로 구상중이다. ‘쉽게’ 쓸 수 있는 수필보다 ‘어렵고 재미있는’ 소설이 대중들에게 북한 문제를 가깝게 느끼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의 지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