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비핵화 규정 기본합의서 지켜야”

이명박 대통령은 26일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새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한 분명한 원칙을 제시했다.

6자회담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바탕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해 한반도를 비핵화하며, 남한이 남북경협 사업과 대북 인도적 지원을 계속해 나가겠지만 북한도 이에 부응해 인도적 차원의 협력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게 이 대통령의 핵심 메시지다.

무조건적인 `일방적 퍼주기’는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실용주의’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 스스로 “남북문제에 있어서도 실용정신을 가져가겠다”고 천명했다.

김하중 통일장관은 업무보고에서 기존 대북정책에 대한 자기비판성 발언을 내놓아 관심을 끌었다.

◇”비핵화 규정 `남북기본합의서’ 정신 지켜야” = 이 대통령은 대북정책의 첫번째 원칙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꼽았다. 핵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국제사회와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개선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 북한에 핵 포기를 강력 주문하고 나선 것.

이 대통령은 “남북기본합의서가 91년 체결돼 92년부터 효력이 발생했고, 북한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면서 “그 이후 남북정상이 새로 합의한 합의문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91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91년 이후의 새 합의문이란 지난 2000년, 2007년 제1.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각각 체결한 합의문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남북기본합의서에는 한반도 비핵화에 관련된 것도 들어 있는데 비핵화는 대한민국에서만 바라는 게 아니라 북한도 합의한 바 있다”면서 “6자회담을 통해 핵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를 바라며 대한민국은 북핵폐기를 위해 6자회담에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핵을 끼고는 통일하기도 힘들고 본격적인 경제협력도 힘들다. 북핵을 해결하는 것이 북한을 위해서도 진정 도움이 된다는 것을 북한 지도자들이 알아야 한다”면서 “핵을 포기할 때 북한 정권도 안정이 되고 평화도 유지되며 경제도 번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도 변하고 북한도 변해야” =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선 남북이 모두 변해야한다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한 지도자들이 늘 통일을 부르짖는데 과연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통일의 구호였는지, 전략적 의미의 구호였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 “우리도 변하고 북한도 변해야 한다. 변하지 않고 과거에 묶여 있으면 미래를 열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새 정부는 남북간에 있어 진정성을 갖고, 열린 마음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다. 어느 한쪽도 일방적으로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쌍방이 서로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가운데 더 화해를 하고 평화를 늘리며 공동번영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저를 보고 남북통일에 관심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데 통일부가 있으면 통일이 잘 되고 통일부가 없으면 통일이 잘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어쩌면 새 정부가 남북문제에 더 적극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에 대해선 “우리가 협력하는 것은 계속될 것이다. 개선의 여지가 많지만 계속돼야 한다”며 남북경협 사업의 지속적 추진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자세변화를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도 협력을 받고 협력을 하는 관계라는 그 사실 자체를 북한도 인정해야 한다”면서 “북한도 (남한의 대북지원에) 상응하는 조건은 아니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협력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도적 차원의 대북 협력과 관련, 이 대통령은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 이산가족이 고령화하는 시점에서 이런 인도적 문제는 남북간에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며 그간 한나라당이 요구해 온 국군포로 문제 등에 대한 북한의 전향적 자세를 촉구했다.

◇김하중 통일 “비판과 우려에 깊은 책임” = 김하중 통일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철저한 자기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김 장관은 “새로운 출발에 앞서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지난날 통일정책의 공과가 있지만 먼저 잘못했던 부분들을 돌아본다”면서 “통일은 국민적 합의와 단결을 기초해 추진돼야 하는데 지난날 통일부가 우리 사회의 이념적 갈등을 해소하고 통일을 향해 국론을 모아나가는데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자인했다.

그는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지 않고 눈높이를 맞추지 못함으로써 남북관계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면서 “그런 국민적 비판과 우려에 깊은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반성했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 “이제 통일부가 새로운 각오와 자세로 변화하고자 한다. 실용의 정신을 남북관계에도 담겠다”면서 “분명한 원칙과 유연한 접근을 통해 미래지향적이고 생산적인 상생공유의 남북관계를 만들어 나가겠다. 그래서 남북관계가 제자리를 찾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끊임없이 국민과 같이 호흡하며 국민을 섬기고 봉사함으로써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도 “국민의 뜻에 반하는 그런 협상은 없을 것”이라면서 “이제까지 해 오던 그런 방식의 협상자세를 바꿔야 한다. 남북이 매우 균형된 그런 조치를 서로 해 나가면서 협상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과거의 사고와 방식에 묶여 있으면 미래를 열 수가 없다. 새 정부에서는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사고를 갖고 임해달라”면서 “과거보다 당당하고 공정하게 애정을 갖고 대하면 잘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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