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모양새’ 보다는 ‘실리’ 택해”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TV를 통해 생중계 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 장소가 굳이 서울이 아니어도 된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남북간 행보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김기남 북한 노동당 비서의 방남 이후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간 실무접촉이 제3국에서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앞선 접촉에서는 김정일의 답방 문제 등 남북정상회담 장소문제에 대한 남북간 이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김정일의 신변 안전 문제를 들어 3차 남북정상회담도 북한에서 열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우리 측은 두 차례 평양에서 개최된 만큼 이번에는 형평성 차원에서 김정일이 답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과 대화’에서 이 대통령은 만남이라는 ‘형식’보다는 비핵화 논의라는 ‘실리’를 택하며, 장소문제에서 한 발 물러선 입장을 취했다. 남북 정상간의 만남은 북측이 먼저 관심을 보인만큼, 이에 대한 북측의 적극적인 호응도 기대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장소에 대해 “두 번 찾아가서 만났기 때문에 이제는 한국에 와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장소는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굳이 서울이 아니어도, 대한민국 영토가 아니어도 된다는 융통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상회담도 지금 당장 정치적으로 해야 할 이유도 없고 다만 북한 핵을 포기시키는데 도움이 되고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과거에 국군포로나 납치자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면 만날 수 있다”고 말하며,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원칙은 분명히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한 “우리정부는 남북문제도 매우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서 해야 한다”며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선결문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북핵 문제는 대한민국이 당사자라고 생각한다”며 “가장 위협을 받는 나라이기 때문에 그랜드바겐이라는 걸 알렸고 (국제사회도) 대부분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문제는 정상회담뿐 아니라 남북간의 문제도 정상적인 방법으로 돌려놓고 그 위에서 이야기를 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핵문제도 해결하고 북한 인도적인 문제도 해결해서 남북이 화해하고 공동번영으로 가자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이에 대해 “정상회담에 대한 대통령의 상당히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며 “비핵화 등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면 장소에 굳이 구애받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만나는 모양새보다는 실리에 무게를 실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실질적으로 남북간 필요한 만남이라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것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에 큰 메시지를 던져 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 8월 이후 열렸던 남북간 고위급 접촉이 결렬됐던 것은 정상회담 장소 때문일 수 있다”며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으로 장소 문제로 인해 남북정상회담이 결렬될 가능성이 원천 봉쇄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대통령의 발언으로 장소 문제는 정상회담의 주요 변수가 아니라는 점이 공론화된 만큼, 정상회담 논의가 의제 등 다른 차원으로 바뀐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 대통령이 북핵문제라는 구체적 의제를 제시한 것이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지금은 북한도 대화를 원하고 있는 시점으로 과거 우리 쪽이 대화를 요구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북한은 지난 1, 2년간 내부 체제 결속을 위해 대외 위기국면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남한으로부터의 대부모 지원 틀을 복원하기 위해 저자세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과거 김정일이 후계자로 나올 때도 7·4공동성명의 환경을 만들었듯이 남북관계 진전이 후계구도를 만들어 가는데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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