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김정일, 中총리 통해 정상회담 제의”

김정일이 2009년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먼저 제안했다고 이 대통령이 밝혔다.


18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김정일)이 원 총리를 통해 ‘이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사인을 공식적으로 전해왔다. 당시에는 ‘쌀, 보리 달라’는 식이 아니라 ‘그냥 만나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나도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고 핵 문제에 진전이 있다면 만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원 총리를 통해 김 전 위원장에게 ‘이젠 한국에 한번 와야 하지 않겠느냐. 서울이 아니라 제주, 인천, 파주, 문산, 판문점도 좋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고, 원 총리는 “저쪽(김정일)에서 먼저 만나자 했으니까 장소에 너무 구애받지 않는 게 좋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나도 그것(김정일의 남한 방문)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면서 “(이전 정부에서는 북한을) 찾아가서 만나기에 급급했지만 나는 남북관계를 대등하게 정상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게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문은 “2009년 10월 임태희 당시 노동부 장관과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싱가포르 접촉’은 원 총리를 매개로 한 이 같은 간접 대화 후 진행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은 데 대해 “(김 부장 등) 밑에서는 ‘한국 대통령이 (북한에 오려면) 당연히 대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제까지 해 오던 방식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신문은 “북한은 그 과정에서 최소 5억∼6억 달러 규모의 현물을 대가로 요구했다”면서 “이를 받아 줄 것인지를 놓고 정부 내에서도 강온파 사이의 의견 차가 커지면서 결국 정상회담은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정상회담의 대가를 요구한 것이 김정일의 지시였는지에 대해 이 대통령은 “김 전 위원장의 생각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은 그런 것을 떠나서 만나고 싶어 했는지도 모른다”며 “정치적으로 (활용) 하려면 (북측의 요구를 들어주고) 정상회담을 했지, 안 했겠느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