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北 급변 시나리오 준비해야”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김정일의 건강 이상 등으로 북한의 체제 붕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시나리오와 그에 대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20일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대표 회동에서 “김정일 건강 문제나 권력승계 구도로 볼 때 북한 붕괴에 대비한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는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의 지적에 이같이 답했다.

이날 회동은 이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결과와 국정 관련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들을 초청해 이뤄졌다. 그러나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와 관련해 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불참해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이 총재만이 참석했다.

100여 분간 이어진 회동에서는 한미정상회담 평가, 여권 인적 쇄신 논란, 국회 소집 문제 등 각종 정국 현안을 놓고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을 미래지향적이고 포괄적인 동맹관계로 발전시키자는 합의가 있었다”며 “북핵 문제에 대한 해법과 관련, 5자회담을 강력하게 추진할 의사가 있고 당분간은 북한의 핵실험과 6자회담 파기에 대한 강한 제재를 해야 한다는 데에 의견 일치를 보았다”고 말했다.

특히 “방미 기간 중에 미국 의회가 북한의 핵개발 및 핵실험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는 결의문을 채택한 것 역시 큰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입각한 통일문제를 밝히고 북한인권증진에 대한 선언을 한 것은 높이 평가한다”며 “하지만 전시작전권 이양 시기를 연장하는 문제에 대해 분명한 요구를 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전시작전권 이양 문제는 국가 간 약속이므로 무효화 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남북관계가 어렵게 되면 동맹국으로서 시기를 연기할 수도 있는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 있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또한 “5자회담을 방미 직전에 강조했는데 왜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느냐”며 “논의 자체가 안 된 것인지, 아니면 했지만 공동선언문에는 안 들어간 것이냐”고 질문을 던졌다.

이 대통령은 “논의가 됐고 깊은 얘기도 오갔으나 대북관계가 대단히 미묘하고 예민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 발표를 안 한 것 뿐”이라며 “5자회담을 하겠다는 뜻과 내용에서는 방미 전 중국에도 통고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간에 한가지 분명하게 의견 합치를 본 것은 북한이 행동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그 어떤 보상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원칙은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더라도 변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 “우리는 강한 입장을 이미 전달했다. 회담의 성격상 시일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북한이 최근 회담에 임하는 데 유연성을 보이고 있는 만큼 계속해서 인내심을 가지고 개성공단 협의에 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박희태 대표는 “대통령께서 한미 외교와 국내 현안 문제에 대해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만 전달했을 뿐, 북한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발언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회동 이후 “오늘 회담으로 외교·안보 문제만큼은 여야가 따로 없고 함께 고민과 해법을 공유해야 한다는 데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의견을 같이 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